[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인간은 왜 그림을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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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1937년 파리엑스포 스페인 전시관을 위해 그린 작품 ‘게르니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피카소가 1937년 파리엑스포 스페인 전시관을 위해 그린 작품 ‘게르니카’.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홈페이지 캡처

“인간은 왜 그림을 그렸을까?” 이 질문은 그림은 어떤 기능과 목적을 가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화해왔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알타미라 동굴 벽화 등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의 그림은 주로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식을 위해 그려졌다.

이집트·그리스 등 고대 문명에서 그림은 신앙과 통치의 역할을 했다. 이집트의 벽화는 주로 파라오와 신들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다.

또 그림은 권력을 과시하는 도구로도 사용됐다. 왕이나 황제의 초상화와 승전 기록은 통치자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그들의 업적을 후세에 전달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에는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림은 종교적 교육의 도구로 주로 사용됐다. 교회 벽화나 성경 삽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성경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림은 성인들의 삶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묘사하는 등,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시기의 그림은 주로 성서의 주제를 다루며, 상징적이고 도식적인 양식을 특징으로 한다.

르네상스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주의가 그림의 주요 주제가 되었다.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재현의 원리’를 통해 현실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원근법과 해부학적 연구 등을 통해 미술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을 넘어, 과학적 탐구와 결합되면서 발전해갔다.

현대 미술, 모더니즘에 이르러 그림은 전통적 ‘재현’ 양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실험하고 표현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 그 4가지 발현 양태가 추상, 표현, 레디메이드, 초현실주의이다. 미술의 기능은 주관적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나아가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판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술가는 그림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나 불평등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그림은 개인적 성찰뿐 아니라, 내면 세계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무엇보다 21세기에 발현하는 ‘지금 현재’의 미술들은 여러 형식의 공공미술 및 커뮤니티 아트, 탈식민주의 미술, 환경미술, 생태미술, 반세계화, 스펙터클 자본주의 비판 등 주제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가상통신 네트워크,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몰입환경, 아바타-뷰저의 상호작용성 탐구 등 기법과 재료의 측면에서 실로 다양하게 발현하고 있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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