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 해양 협력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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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경제전략연구본부장

관세 압박에 세계 무역량 감소 전망
국제질서 재편 영향 고려해 나가야

대중 견제, 우리 수산물 수출 긍정적
미국 약한 조선·해운 통해 협력해야

한국 해양 재도약·해외 진출 기회로

미 군함의 동맹국 내 건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HJ중공업이 건조한 고속전투함. 부산일보DB 미 군함의 동맹국 내 건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HJ중공업이 건조한 고속전투함. 부산일보DB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특정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 또는 보편적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글로벌 무역에 주는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해양수산업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 분야에서는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와 보편관세가 지속적으로 실행되면 중장기적으로 세계 무역량 감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탈중국화와 중국발 대미 수출 감소 등은 아시아 내 우방국과의 교역 증가와 인도 등으로 전이되는 공급망으로 인해 새로운 해상운송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중동지역 정세 변화 조짐과 미국 내 환경 규제 완화는 화석연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항만 분야의 경우 미중 간 교역량 감소는 우리의 환적량 감소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중국 항만의 북미행 직기항 감소와 아세안 국가 역할 확대에 따른 국내 항만 환적 수요 증가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대중 고율 관세는 우리 수산물의 미국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중국 수산물의 미국 외 국가에 대한 수출량 증가로 우리나라로서는 국내 수산물 시장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수입 수산물 위생·환경 규제 강화는 대미 수산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우리 수산식품의 품질 경쟁력 제고가 이뤄진다면 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양,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북극해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해역에서 강대국 간 대립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직은 관세 이외에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오지는 않아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안보정책은 시간을 두고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외정책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 초 바이든 정부 국방부는 중국 최대 해운선사와 조선소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들 또한 이러한 미국 움직임에 대미 의존도 축소와 신규 시장 개척, 보복관세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와 국제질서 재편에 따른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미국이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실현하려면 가장 취약한 부분인 조선·해운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동맹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4월 ‘미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서’를 발표했다. 미국 해양력이 쇠퇴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해양패권 재건을 위한 전략으로 마련됐다. 이어 12월 ‘미 선박법’이 제안됐다. 이 법안에는 조선업 재건뿐만 아니라 전략상선대와 항만시설을 구축해 미국의 해운안보와 무역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지원방안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번스-톨리프슨법에도 불구하고 동맹국 조선소에서 해군과 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이는 1969년 발표된 스트래튼 보고서 이후 55년 만에 미국이 해양국가 재건을 위해 물리적 해군력뿐만 아니라 해양경제 안보에 대한 시각을 의회를 중심으로 초당적으로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경제적으로 위기인 동시에 해양산업의 재도약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회일 수 있다. 미 관세에 적절히 잘 대응하면서 해양을 중심에 두고 미국과 전면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양국 간 조선·해운 협력,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 공동 대응, 해양수산 과학기술 교류, 북극과 인도·태평양 안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와 싱크탱크, 기업이 참여하는 다층적 플랫폼을 생각할 수 있다.

기존 세계질서를 흔들고 재세계화할 트럼프 2.0 시대에 해양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미 해양 협력은 양국이 가진 해양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 파이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가 구축해 온 종합적인 해양력이 발현되어야 하는 시점인 게다. 글로벌 초불확실성 시대에 한국이 미국과 추진해야 할 협력의 키워드 중심에 바로 해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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