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돈 싸들고 떠나자…이복현 “자본시장 개혁, 마지막 기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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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 개최 발언
국장 탈출 심화·미국 주식 쏠림 현상 가속화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속히 성과내야 할 시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이 심화되고,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마지막 기회’란 표현까지 써가며 국내 증시 부흥 호소에 나섰다.

6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 모두발언에서 “이번 정책 추진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그간의 논의와 정책적 노력을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며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자본시장 발전의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은 최근 가팔라진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현상을 의식한 우려의 목소리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한투·삼성·키움·NH·KB·신한·토스·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 5400만 주다. 이는 전년(7303억 7900만 주)보다 약 13% 줄어든 규모다.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 등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1조 2283억 4200만 주)과 비교하면 48.3%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 1000만 주에서 2023년 1124억 3500만 주 규모로 89.6% 불어났다. 지난해에도 1564억 1900만 주로 39.1% 증가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펼쳤으나, 국내 증시 성과가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9.43%, 23.15% 추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33.37%, 26.58% 뛰었다.

특히 지난해 두산그룹 구조 개편과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등 소액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기업 거버넌스 이슈가 이어진 점도 개인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원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원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주주권익 보호 △기업 지배구조 개편 △장기투자 문화 확산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합병·공개매수 과정에서 나타난 지배주주와 소액 주주 간 갈등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기업 경영권은 권리가 아닌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 형식적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 과정에 주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추진력을 살려 조속히 성과를 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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