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만든 에어부산 날릴 판… "정부·부산시 그동안 뭐했나"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마무리
국토부 '말 바꾸기' 비판 목소리
독점 방관 균형발전 위기 초래
가덕신공항 운영도 차질 우려
제때 대처 못한 부산시 도마 위
에어부산 존치 방안 모색해야
대한항공은 이달 안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 2년 안에 통합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독보적인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반면 부산시는 국토교통부와 산은의 잇단 말 바꾸기 행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진에어 중심 통합LCC 출범 발판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0일 이전 신주 인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한 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 거래 기간을 12월 20일로 공시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해 2년 안에 통합을 마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요건 등에 따르면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의 100%를 보유하지 못하면 2년 내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은 한진칼의 손자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 등은 한진칼의 증손회사가 된다.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에어서울과 달리 에어부산 지분은 지난 6월 현재 41.89%에 그쳐 아시아나항공이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은 2022년 보유 중이던 진에어 주식 전량(2866만 5046주, 지분율 54.91%)을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전격 매각했다. 진에어가 대한항공 관계사(형제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뀐 것이다. 진에어가 또다른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되면서 지분 처분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진에어 중심으로 LCC 간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이후 통합 LCC 출범으로 국내 LCC 1위도 넘본다.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진에어 중심의 메가 LCC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지역 사회가 만들고 성장시킨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지역 사회는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숨기지 않는다.
지역 사회는 우선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 2020년 11월 두 회사를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 통합 LCC 거점을 지방 공항으로 하겠다던 국토부는 이후 “민간 기업의 본사 소재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며 급선회했다. 산은 역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언급하던 당초 입장에서 EU 집행위원회(EC) 심사 후 논의하겠다고 말을 바꾼 데 이어 민간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책임을 미뤘다.
지역 거점 항공사 부재 우려로 인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가덕신공항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지역균형발전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정부가 되레 독점을 방관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한 데 대해 지역민들은 분노하고 나섰다.
실제로 통합 LCC가 꾸려지면 중복 노선과 슬롯을 정리해야 하는데, 인천의 경우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노선 8개 모두 중복된다. 김해 역시 23개 노선 중 9개가 겹친다. 결국 지역 공항을 이용하는 지역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부산을 가덕신공항의 거점 항공사로 육성·발전시켜 명실상부한 남부권 관문공항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며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즉각 이행을 요구했다.
■적극적인 논의로 지역 문제 해결을
지역 사회는 부산시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정부를 적극 설득하는 한편 대한항공을 접촉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전혀 없어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대한항공 고위 간부들과 접촉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PMI 계획안 수정 반영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부산시 수장과 대한항공 수장의 만남이 이달 안으로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에어부산 독자 생존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에 지역 상공계는 지금부터라도 시를 중심으로 국토부, 산은, 대한항공, 지역 정치권 등이 논의의 장을 만들어 에어부산을 지역에 존치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당장 나설 것을 주문했다.
부산 시민과 부산 기업이 힘을 합쳐 일궈낸 지역 자산인 에어부산이 정부 산업정책에 의해 사라진다면 지역의 거센 저항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시민운동본부 역시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시의회,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금부터라도 시민 사회와 발맞춰 한목소리로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