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한 바다낚시를 위해
김형민 부산해양경찰서장
우리나라 부동의 취미생활 1위는 등산일 것이다. 등산도 종류가 많다. 산 정상까지 가지 않고 가벼운 복장으로 산 둘레를 가볍게 산책하는 트레킹, 텐트와 비상식량, 체온을 유지할 여벌의 옷 등을 챙겨야 하는 비박 산행, 로프를 이용하여 암벽을 올라가는 클라이밍 등이 있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과 다양한 영상 매체의 영향으로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낚시어선을 타고 파도를 헤치고 제대로 손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 낚시 이용객이 부쩍 증가했다. 부산해양경찰서 관내 낚시어선은 총 104척이며, 최근 3년간 낚시어선 이용객은 연평균 약 15만 명이나 된다.
바다낚시에서 월척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물고기가 잘 잡히는 물때와 포인트를 알고, 주요 어종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그 어종에 맞는 미끼와 낚시도구도 챙겨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중요한 한 가지 더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바다’이다. 안개나 너울과 같은 기상특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바다 전문가인 낚시어선 선장의 이야기를 듣고 출어가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한다. 이동 중에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고 안전하게 출조해야 한다.
특히 바다 날씨가 나빠 안전사고 위험이 있을 때는 아쉽지만 바다낚시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바다는 오늘도, 내일도 있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내일의 바다낚시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부산해양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낚시어선 관련 해양 사고는 총 32건이다. 법규 위반과 안전저해 행위 단속 건수도 27건이나 된다. 이를 단순히 운이 나빠서 단속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낚시 인구가 늘어날수록 낚시어선 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진다. 무리를 하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즐거운 취미생활을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해양경찰서에서는 ‘제1회 낚시어선 안전의 날’을 맞아 다대포항에서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사하구청,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수협, 낚시어선협회 등 낚시어선 안전협의회를 중심으로 낚시어선 선장 등 해양수산 종사자 40여 명이 함께 ‘구명조끼 착용’ ‘과속·음주운항 금지’ 등의 안전수칙 준수를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노력도 바다낚시를 즐기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기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일찍 철수해야 한다”는 낚시어선 선장님의 권유에도 월척의 욕심에 한 시간이라도 더 머물고자 하는 낚시 승객, 기상특보가 해제되기도 전에 일찍 출어하는 낚시어선 선장님, 이 모두가 해양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기상 호전이 예상돼 특보 해제가 얼마 안 남았다는 이유로 서둘러 출항한 낚시어선이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또 새벽이나 야간에 이동하는 낚시어선에서 구명조끼가 불편하다고 착용하지 않을 경우 큰 배의 이동이 많은 부산 앞바다에서 간단한 선박의 접촉에도 해상추락 등 인명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651건의 연안 사고로 12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사고를 당한 1008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겨우 139명인 14%에 불과했다. 만약 이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분명 사망자나 실종자 수는 대폭 감소했을 것이다.
바다낚시는 바다라는 자연과 함께한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전하고 즐거운 취미활동을 할 수 없다.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안전을 무시하면 바다라는 자연은 내일의 즐거움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바다낚시 전에 기상예보에 귀 기울이고, 구명조끼는 항상 착용하며, 오늘 못하더라도 내일 또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여유를 갖는 안전한 바다 낚시문화가 정착되도록 우리 모두 작은 노력을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