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례 대부분은 휴먼 에러”…반론도 만만찮아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자동차 업계,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 공동 개최
가속페달·브레이크 같이 밟으면 제동 우선
급발진 부정 패널 위주 구성 문제
의료사고처럼 제조사 입증책임론 대두


한라대 최영석 교수가 자동차 급발진 관련 ‘사고기록장치(EDR)’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KAMA 제공 한라대 최영석 교수가 자동차 급발진 관련 ‘사고기록장치(EDR)’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KAMA 제공

지난달 서울시청 인근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 등으로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학계·경찰 등 관련 전문가들이 세미나를 통해 급발진 발생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대부분 ‘휴먼 에러(인간의 실수)’라는 주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부 사고의 경우 급발진이라는 펴온 반대론을 펴는 이들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국내 미디어와 제조사 등을 대상으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자동차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사고기록장치(EDR)와 교통사고 조사 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에 따라 발표 내용도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된 EDR과 자동차 브레이크 시스템 원리, 교통사고 조사 기법과 절차에 관한 구체적 설명과 대안 제시 위주로 구성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출신의 대전보건대 박성지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란 주제 발표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은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대부분은 휴먼 에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대덕대 이호근 교수도 '브레이크 시스템'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자동차 제동력은 차량 중량과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으면 브레이크힘이 더 커 제동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도치 않은 가속이 일어나면 급발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일부 전문가들이 그간 해온 말이 있어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라대 최영석 교수는 EDR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복잡성이 증가해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커져 이를 방지하기 위한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 개발 혹은 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해외와 국내에서 그 신뢰성은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검증됐다”며 “EDR 데이터 분석도를 높이기 위해 저장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는 기준 개정이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조민제 연구관은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사고 조사·사례’ 발표에서 “급발진 등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가진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KAMA 제공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가진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KAMA 제공

강남훈 KAMA 회장은 인사말에서 “자동차 업계는 국민이 불안감을 해소하고 더욱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비상 자동제동 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미리 선 적용해 소형전기차에 장착 출시했고 비상 자동제동 장치의 경우 현재 승용·승합·화물 등 모든 자동차에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 패널들이 평소 급발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펴온 이들 위주로 짜여지면서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와 국내 1호 박병일 자동차 명장 등 일부 사고의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을 배제한 것은 패널 구성에 다소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주체도 현재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제조사가 차량 결함 여부를 증명하도록 하는 이른바 ‘도현이법’ 개정이 지난 국회에서 무산됐는데 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현이법은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 차량에 탑승해 숨진 이도현 군(당시 12세)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제조물책임법(PL법) 개정안이다. 실제 국내에서 제조사의 급발진 책임을 인정한 판례는 없다. 의료사고의 경우 입증책임이 의료진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