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바다, 강력 태풍 만든다
수분 불균형으로 강도 35% 올라
KIOST 연구팀, 312개 태풍 분석
고수온 바다가 태풍의 강도를 높이고 많은 비구름 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이러한 사실을 밝혀 네이처 자매지인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고 11일 밝혔다. KIOST 해양위성센터 박명숙 박사 연구팀은 고수온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38년간 발생한 312개의 태풍을 분석했다. 그간 고수온과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단일 태풍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된 적은 있으나, 장기간 발생하는 수백 개의 태풍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고수온 영향을 분석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태풍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수분 불균형’ 현상이 강하게 발생한다. 수분 불균형은 바닷물과 대기 사이 온도 차로 인해 바닷물이 대기 중으로 수증기를 활발하게 공급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태풍의 중심으로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한 비구름 떼가 발생한다. 이러한 많은 강수를 동반한 저기압 소용돌이가 기존 태풍의 순환을 촉진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태풍이 일반 해역을 지날 때 평균 최대 강도는 78.80노트다. 그러나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는 평균 최대 강도가 106.72노트로, 35% 더 오른다. 강수량도 일반 해역을 지날 때보다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약 1.5~2.5배 늘어난다.
KIOST는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기후 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북서태평양 온난화 진단 및 한반도 영향 태풍 발생·급강화 연구’와 한국연구재단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위성-수치모델 기반 한반도 주변 태풍강도 예측 시스템 개발 사업’에 따라 추진돼 왔다.
KIOST 이희승 원장은 “기후 위기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해양과 대기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