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경남 행정통합, TK 통합 무산 반면교사 삼아야
10월 중 상향식 공론화위원회 출범식
수도권 블랙홀 맞서기 위해 힘 뭉치길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다음 달 둘째 주께 출범시킨다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6월 17일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부산·경남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행정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한 후 통합 절차를 구체화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 수순으로 들어간 상황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본격화는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시도지사가 주도하는 대구·경북의 하향식 행정통합과 달리 부산·경남은 공론화위를 통한 상향식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통합 모델의 성공 여부로 주목받게 됐다.
공론화위원회는 양 시도에서 공동위원장 1인씩을 포함해 각 15인씩, 30인 안팎으로 구성된다. 시민단체, 주민자치회, 지방의회, 시장군수협의회, 학계 등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한다는 설명이다. 공론화위는 2025년 상반기까지 활동 결과를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고 부산시와 경남도의 심사를 거쳐 채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론화위의 중요한 역할은 부산과 경남 주민들의 여론 수렴이다. 효율적 여론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도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론화위는 기계적 여론 수집이 아니라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효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대구·경북의 사례에서 보듯 행정통합은 선언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통합 추진에 앞서 통합 방안에 대한 연구와 전략 수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무산된 것처럼 지난한 과정이다. 통합 시도의 명칭에서부터 청사 소재지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역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숱한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부산과 경남이 대구·경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양 시도가 통합에 합의한 후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중앙 정부로부터 전향적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지방정부에 준하는 자치권과 재정권의 전폭적 이양 없이 통합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도민의 통합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부울경 메가시티 무산에 이어 부산·경남 행정통합도 동력을 잃었었다. 부산과 경남을 오가며 진행된 공청회에는 시도지사가 참여하지도 않았고 메가시티 무산에 따른 면피성 통합 추진이라는 의혹의 눈길만 받았다. 이번에는 공론화위를 통해 제대로 절차를 밟아가기로 한 만큼 내실 있는 논의와 실질적 통합 과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남부경제권의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힘을 합해야 한다. 지방자치권 확대와 재정권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지렛대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