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휴대전화 전자파, 뇌암과 관계없다”
28년간 진행 63건 연구 분석
기지국도 뇌 질환과 연관 없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자파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를 종합해 휴대전화가 뇌암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국제(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는 WHO의 의뢰로 1994년부터 2022년까지 28년간 발표된 관련 연구 5000여 건을 검토해 그중 63건을 최종 분석한 결과 휴대전화 이용이 뇌암 발병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분석 결과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우 뇌암이나 다른 두경부암의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통화를 자주 하거나 오래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라디오나 TV 송신기,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노출된 어린이들 또한 뇌암이나 백혈병 등에 걸릴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직업상 전자파에 노출된 경우도 뇌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결과는 휴대전화가 안전한 수준의 전파를 방출하고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는 이전 연구와 일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무선 기술 사용이 급증했지만 뇌암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1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오해가 널리 퍼진 계기다.
당시 IARC의 분류는 일부 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암 환자가 실제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보고한 이전 관찰 연구에 기반한 것이었다. 관찰 연구는 뇌암 환자들이 직접 밝힌 휴대전화 이용 시간과 뇌암에 걸리지 않은 비교군의 휴대전화 이용 시간을 단순 비교했는데, 뇌암에 이미 걸린 환자들은 질병 원인을 알고 싶은 마음에 실제보다 휴대전화 이용 시간을 부풀리는 등 편향된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WHO 연구에 참여한 방사선 전문가 켄 카리디피스는 이후 진행된 코호트(동일집단) 연구에서는 휴대전화 이용과 뇌암 발병 간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이후에 공개된 새로운 연구에서 25만 명 이상을 평균 7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누적 통화 시간이 늘어나도 뇌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향후 5G 모바일 네트워크를 직접 조사하는 역학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