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부 '우키시마호 침몰' 공동 진상 조사 나서야
일본, 조선인 승선 명부 한국에 제공
양국 사건 실체·진실 규명 공조하길
일본이 1945년 광복 직후 재일 한국인 수천 명을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폭침된 우키시마호의 조선인 승선자 명부 등 일부 자료를 우리 정부에 전했다. 일본은 지난 6~7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자체 내부 조사를 마친 19건의 승선자 자료를 우리나라에 우선 제공했다. 일본은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80년 가까이 공개되지 않았던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등 일부 자료가 뒤늦게나마 한국에 제공돼 희생자, 유가족의 한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진상이 규명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점은 의미가 있다.
한일 정부는 승선자 명부 확인을 두고 오랫동안 줄다리기를 해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명부가 침몰 시 상실됐다고 주장하며, 명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한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명부 일부가 공개됐다. 이번에 제공된 조선인 승선자 명부는 일본 측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일본 정부는 승선자 명부를 우리에게 제공한 만큼, 더 이상 미적댈 게 아니라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언제부터 명부를 보관해 왔고, 왜 은폐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할 시점이다.
이번에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는 나머지 자료도 일본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우키시마호와 관련해 일본은 70여 건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바탕으로 명부 간 중복 인원을 분석해 피해 규모를 추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기뢰에 의해 폭침됐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8000여 명 중 대다수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건 진상을 둘러싸고 희생자 유족과 일본 정부 간의 간극이 이처럼 크다. 서로 틈이 큰 만큼 양국 정부는 진상 규명에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한일 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늘 작동하는 것은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부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승선자 명부 전달이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맞춘 생색내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먼저 일본 정부가 진실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우키시마호 폭침에 대해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진상 조사에 나서는 한편, 일본 정부도 신속히 진실 규명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말이 아닌 실천과 진정성 있는 일본의 협력을 요구한다. 이게 전제돼야 양국의 미래는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