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5일 팔레스타인전 월드컵 본선행 ‘첫 단추’
서울 상암구장서 3차 예선 1차전
11회 연속 본선 진출 향한 시작
3일 해외파 선수, 소집 훈련 합류
첫 발탁 양민혁·황문기 ‘당찬 각오’
논란 속 출항, 2연전 전승 거둬야
팔, 유럽 출신 귀화 선수 대거 포진
홍명보 감독이 새로 꾸린 한국 축구 대표팀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울 상암구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
18개국이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3차 예선은 아시아에 배당된 본선행 티켓 8.5장 중 6장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사실상의 최종 예선이다. 3차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나라 중 6개국이 2장의 티켓을 놓고 싸우는 4차 예선은 '패자부활전' 성격에 가깝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한국 대표팀은 북중미 대회 본선에도 오르면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11회로 늘리게 된다. 한국은 이 부문 아시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9월 A매치 기간 팔레스타인과 홈 1차전에 이어 원정으로 오만과 2차전을 갖는다.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 속에 출항하는 홍명보호로서는 시원한 경기 내용으로 2연승을 거둬야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명보호는 지난 2일 소집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K리거들 위주로 첫 훈련을 소화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해외파 주축 선수들은 3일 소집 훈련에 합류했으며,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은 이날 모든 선수들과 대면했다. 특히 영국에서 막 돌아온 터라 2일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던 황희찬(울버햄프턴)도 이날 가세해 홍명보호는 4일까지 K리거와 해외파가 모두 모인 소집 훈련을 이어갔다.
홍명보호에서도 주장으로 굳은 신임을 받고 있는 손흥민은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회복 훈련, 전술 훈련 등을 함께했다.
18세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계약하고 성인 대표팀까지 입성한 양민혁(강원)은 형들 사이에서 '당돌함'으로 자신만의 축구를 펼쳐 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양민혁은 "대표팀에 들어온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어린 나이에 기회를 받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막내니까 형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빨리 친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고 당돌하게 하고 싶다"면서 "제 장점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과 마무리 능력을 최대한 어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27세에 처음 축구 국가대표팀에 뽑힌 황문기(강원FC)는 "풀백으로 전향하면서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홍명보)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이번 소집에 발탁됐다.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팀 선발은) 상상도 못 했다. 동계훈련 하면서 (강원 윤정환) 감독님이 내 단점을 보완하면 대표팀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계속 말씀해주셨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믿기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문기는 또 “월드컵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환경과, 현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 훈련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보면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월드컵 예선은 본선 경쟁력을 갖춘 팀을 만드는 실전 테스트의 장이기도 하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최고 무기인 손흥민의 포지션, 공격 전개의 핵심 자원인 이강인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줄지, 포화한 공격 2선 자원 중 누구에게 선발 출전의 중책을 맡길지 등 여러 난제를 풀어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FIFA 랭킹 96위로 한국(23위)보다 73계단 아래 있다. B조 6개국 중 두 번째로 FIFA 랭킹이 낮은 팀이다.
전력에서 한국과 격차가 크지만, 전열 곳곳에 유럽에서 축구를 배운 귀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중동 축구계는 이민 가정 등 출신으로 유럽 무대에서 뛴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시켜왔는데, 팔레스타인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대표팀의 공격수 웨삼 아부 알리(알아흘리)는 덴마크 17세, 18세, 19세 이하 대표팀을 거친 선수다. 한국 수비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팔레스타인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웨삼 아부 알리는 지난 3월 팔레스타인축구협회의 부름을 받아 6월 레바논과의 월드컵 2차 예선 경기에서 팔레스타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또 스웨덴 각급 대표팀은 물론이고 A대표팀 경기도 소화했던 오마르 파라이(AIK), 무스타파 제이단(로젠보리)이 팔레스타인 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한국전에 나설 전망이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