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 70%로 높이고, 전공의 비중 20%로 낮춘다
30일 의료개혁특위 1차 실행방안 발표
지역 의료인력 확충·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중증수술·마취 등 수가 원가 수준 상향 등
5년간 국가재정 10조, 건강보험 10조 투입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 이후 4개월간 논의 끝에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내놨다. 과도한 전공의 의존 구조, 중증도와 상관없이 동네 병의원과 경쟁하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를 개혁하고 원가에 못 미치는 중증 수술과 마취 수가를 개선하는 등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개혁안을 내놨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위원회를 열고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4월 출범한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의개특위는 △의료 인력 확충 △혁신적 의료전달체계 및 지역의료 재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보상체계 확립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이다. 3차 병원으로서 중증환자 치료를 전담해야 하는 만큼, 평균 중증환자 비율을 현재 50%에서 7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일반병상은 최대 15%를 줄여 중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한다. 또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비중을 종전 40%에서 절반 수준인 20%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권역별로 중추병원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국립대병원 등 권역 책임의료기관에 재정 투자를 확대한다. 내년 1월부터는 국립대병원의 필수의료 투자를 막았던 총액 인건비와 총정원 규제를 풀기로 했다. 또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시범 도입한다.
경증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2차 병원의 의뢰서나 중증 소견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최우선으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작한다. 반면 의뢰서나 중증 소견이 없으면 외래 진료비 본인 부담을 60%에서 100%로 상향해 환자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사고 발생 이후 환자와 의료진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한다. 우선 의료사고 발생 때 의료진과 환자가 사고 발생 경위를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의료사고소통지원법을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료분쟁조정제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환자를 돕는 환자 대변인을 신설하고 시범 운영한다.
의개특위 노연홍 위원장은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수련 혁신과 함께 의대 졸업생이 지역 내에서 수련받고 정착해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있도록 지역에 전공의 배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개특위가 내놓은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이행하기 위해 과감하게 재정 투자를 확대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 동안 국가재정 10조 원, 건강보험 10조 원 등 총 20조 원 이상의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예산 8000억 원 수준인 의료인력 양성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 등 사업에 대한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2조 원 규모로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 재정 투자 중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에 5년간 4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 현재 35억 원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 예산을 내년부터 90배 증가한 3130억 원으로 확대하고, 지도 전문의 지도 수당 신설, 다기관 협력 수련 등으로 내실 있는 전공의 교육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필수의료지만 기피 과인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8개 필수과목 전공의 약 5000명에 대해 연 1200만 원의 수련 수당도 신설한다.
지역의료 기반 강화를 위해 5년간 2조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내년 2조 원 규모 재정투자를 시작으로 혁신적 재정지원사업을 적극 발굴, 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국가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지역필수의사제 등 개혁의 단초가 되는 사업들은 획기적 수준으로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