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 과소비 No! 적절한 진료·처방 Yes!
김혜숙 신라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무분별한 의료 이용, 과잉 진료로 인한 의료자원의 낭비 방지와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외래진료 본인부담 차등제’(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 2024년 4월 19일)가 시행되었다.
그동안 병·의원 외래 진료 시, 진료비의 30~40%를 환자가 부담하였는데 7월부터는 연간 외래진료 365회 초과 이용 시 환자가 90%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평균 외래 진료 횟수는 2021년 기준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9회보다 2.6배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따르면 의료 과소비 사례를 보면 A 씨는 주사, 기본 물리치료 등 통증 치료를 위해 1일 평균 7개, 최대 12개의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연간 2535회 외래 진료를 받아 2600만 원의 공단부담금이 지출됐다. B 씨는 주사, 침구술 등 통증 치료를 위해 1일 평균 5.1개, 최대 10개의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연간 1856회 외래진료를 받아 2500만 원의 공단부담금이 지출됐다. 이와 같은 외래 300회 초과 이용자는 매년 반복 발생하여 2023년 5904명, 2022년 3900명, 2021년 3656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다 의료 이용자의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를 위한 ‘본인부담 차등제’가 시행됨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나아가 전 국민의 현명한 의료 이용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보공단은 국민들의 현명한 의료 이용 실천 지원을 위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관리하고, 예방 중심의 건강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 방식의 건강관리 가이드 정보인 ‘생활 속 자가 건강관리’와 ‘의료 이용 안내서’ 제공 △건강생활 실천 활동과 건강개선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포인트)를 제공하는 ‘건강생활실천 지원금제’를 114개 시군구에서 시범 운영 △연간 365회 외래진료 초과자의 가정을 간호사가 방문 상담하여 건보공단 지역사회 건강관리사업으로 연계하는 ‘통합건강관리 시범사업’ 운영 △10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전문가의 약물평가 및 상담을 통해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유도하는 ‘다제약물 관리사업’ 추진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에게 월별 의료 이용 횟수 알림 등의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건강관리 정보는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건강iN/건강생활 또는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건강생활실천 지원금 포인트는 참여자 1인당 연간 6만~8만 점까지 적립 가능하며 지정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은 건보공단과 공동으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추진하여, 의료진 스스로가 적절한 진료와 처방으로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의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의사와 환자가 서로 존중 속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5가지 질문’ 등의 대화를 통해 꼭 필요한 진료만 선택함으로써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 등을 배제하고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로 개선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20개 국가에서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세계 최고의 사회보장제도로 손꼽히는 우수한 제도로 국민 모두가 공정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과소비와 과잉 진료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다. 또한, 경증질환의 과다 의료이용자 때문에 응급·중증·난치 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지나친 의료 남용과 과다한 약물 복용은 오히려 나와 가족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우리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의료 이용을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