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윌커슨·LG 엔스, 올 시즌 부상 없이 호투 ‘개근상’
두 선수 158일간 26번 선발 등판
10개 이상 퀄리티스타트로 역투
윌커슨, 두 번 맞대결서 ‘판정패’
KIA 네일은 얼굴에 공 맞아 입원
반즈·하트 등 3~6주간 병원 신세
두산 알칸타라, 5월 내내 쉬기도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과 LG 트윈스의 디트릭 엔스가 외국인 투수 중 올 시즌 내 부상 없이 개근해 팀의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팀들은 한 해 시즌 성적과 직결되는 양질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연봉 상한선과 미국 프로야구에서 부상을 당하는 투수가 많아져 상황이 녹록지 않다.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윌커슨과 엔스는 3월 23일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27일까지 158일간 1군 자리를 지키며 팀을 위해 헌신했다. KBO리그를 완벽히 지배하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두 선수는 각각 26번의 선발 등판을 성실히 수행하며 시즌을 책임졌다.
롯데 윌커슨은 올 시즌 9승8패, 평균자책점 3.91를 기록했다. 특히 26경기 중 1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해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또한 1.21로 낮은 편인 데다 삼진도 146개나 잡아냈다. 다만 올 시즌 홈런 17개를 내준 것과 최근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5.02로 다소 높아진 점은 흠이다.
올 시즌 10승6패를 기록 중인 LG 엔스는 평균자책점이 4.07로 윌커슨보다 조금 높고 WHIP 또한 1.30으로 주자를 조금 더 많이 내보냈다. 하지만 탈삼진(140개) 능력이 뛰어나 타자들을 압도했다. 또한 12개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하며 선발 투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이다. 게다가 최근 10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2.93으로 시즌 초반보다 훨씬 나아졌다.
윌커슨과 엔슨은 올 시즌 선발 등판해 두 번 맞붙었다. 지난 4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시즌 1차전 경기 때 두 선수가 처음 격돌해 엔스가 먼저 웃었다. 엔스는 6이닝을 뛰면서 삼진 5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엔스의 활약 덕분에 이날 LG는 롯데를 7-2로 이겨 3연승을 챙겼고, 윌커슨은 패전 투수의 멍에를 썼다.
두 번째 경기는 지난달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 팀의 시즌 10차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윌커슨과 엔스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역투를 펼쳤다. 엔스는 6이닝 동안 무실점, 탈삼진 7개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윌커슨도 7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실점만 기록해 퀄리티스타트플러스를 장식했지만, 롯데가 LG에 2-1로 지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윌커슨과 엔스 외에 KIA 타이거즈의 제임스 네일도 꾸준히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때 맷 데이비슨의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 관절 골절로 입원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원투 펀치’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KT 위즈의 윌리암 쿠에바스의 경우 부상이 아닌 휴식 차원에 열흘간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반면 외국인 투수들 중 웨스 벤자민(KT·어깨 및 팔꿈치 통증), 찰리 반즈(롯데·허벅지 부상), 카일 하트(NC 다이노스·심각한 몸살에 따른 컨디션 난조), 로에니스 엘리아스(SSG 랜더스·내복사근 부상)가 3주에서 6주 정도 자리를 비웠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목받는 팀은 두산이다. 1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팔꿈치 통증 탓에 거의 5월 한 달을 전부 쉬게 되었고, 결국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팀과 이별했다.
KBO리그 각 팀들은 실력 있는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외국인 선수 3명의 총 연봉 상한선(400만 달러) 때문에 외국인 한 명에게만 큰 금액을 투자하기가 어려워서 중량급 투수를 영입하는 데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구속 혁명과 피치 클록의 영향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마이너리그에서 팔꿈치나 어깨 통증을 겪는 선수가 많아져 KBO리그로 데려올 만한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