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MZ세대도 장기근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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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은 공모 칼럼니스트

이직률 높은 우리나라 청년들
1년 미만 짧은 근무도 30%나

“적성 맞는 직장 찾는 게 합리적”
MZ세대 가치관 이해할 필요

청년층 노동시장 유인하려면
기업·조직 문화 개선해 나가야

1년 미만으로 근무하고 퇴사하는 청년층이 31.8%에 이른다는 통계청 발표가 공개되자마자 MZ세대의 노동문화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경직된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고, 회사 생활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생활 수익을 얻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등의 분석들이었다.

이같은 MZ세대 기업 이탈 현상은 다만 사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듯 보인다. 올해는 매년 늘어났던 공무원 숫자가 줄었다고 한다.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가 2019년 6663명이었는데 지난해 1만 3500명으로 늘었다. 공직은 평생직장과 다름없다던 통념은 이제 옛말에 불과하다. 입사 시험을 통과해 어렵게 들어간 회사라도 자신과 맞지 않으면 과감히 퇴사를 선택하는 것이 요즘 MZ세대다.

MZ세대는 왜 이렇게 끈기가 없을까?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번엔 MZ를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틀을 과감히 깨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MZ세대가 끈기가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MZ세대가 근속하고 싶어 하는 회사 환경이 그만큼 없다는 뜻일 수 있다. 청년층의 퇴사율에 주목하기 전에 청년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일에 임하는지 그리고 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살펴봐 주었으면 한다.

사실 MZ세대는 ‘프로이직러’가 아닌 ‘장기근속러’가 되고 싶어 한다. ‘캐치’라는 채용 플랫폼에서 Z세대 취준생 1713명에게 물어본 결과, ‘한 직장 오래 다니기’를 선택한 응답자가 53%를 차지했다. 장기근속러가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안정된 직장생활이 가능해서’로 68%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이직하면 새롭게 적응해야 해서’가 13%를 차지했다. 퇴사와 이직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부담이다. 기존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을 가외 시간에 해야 한다.

그럼에도 MZ세대가 이직과 퇴직 과정에 과감히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에게 맞는 조직 문화와 일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시간을 지불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적성이 맞지 않고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도 한 번 얻은 직장을 계속해서 다니면서 우직한 충성도를 보여주던 과거의 문화와는 달리, 일이나 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으면 그 시간을 견디기보다는 자신과 맞는 곳을 향해 떠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MZ세대의 가치관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회사들은 이런 MZ세대 직원이 원하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을까? 같은 설문조사에서 Z세대에게 장기근속을 가능케 하는 요인을 물었다. 그러자 대답으로 ‘연봉’을 꼽은 이들이 66.0%(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워라밸’(40.0%), ‘커리어 발전’(33.0%), ‘상사·동료와의 관계’(29.0%), ‘조직 문화’(18.0%), ‘담당 업무’(18.0%) 순이었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사실은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것보다 한 회사에서 오래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MZ 사원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과감하게 떠나는 세대 역시 MZ세대다. MZ세대의 입맛대로 회사의 모든 규칙과 문화를 재정비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회사 발전에 청년층 인적 자원이 필수적이므로 청년 사원들이 원하는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심층 인터뷰 진행도 좋은 방법이다.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인터뷰하고 그 이유에 걸맞은 보상을 지원해 주어 근속률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다. 이와 같은 인사개혁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훨씬 앞서 있는데, 일본은 현재 직장 상사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한다. 원하지 않는 부서나 지방 근무지로 발령받은 직원들 중 자신을 괴롭히는 동료를 만나 어려움을 겪고 퇴사와 이직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회사가 그 대처 방안으로 직원이 선호하는 상사의 부서로 옮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상사를 직접 고를 수 있는 문화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노동환경 개혁은 너무나 더디며 그 사이에 많은 인적 자원들이 노동시장을 빠져나가고 있기에, 이 정도의 파격적인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가 44만 3000명에 육박하고 구직 의사가 있지만 노동시장의 불합리함으로 일을 하지 않는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MZ세대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개혁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K회사’가 죽었다 깨나도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특별한 결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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