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코 원전 수주와 신기술 개발, 그리고 계속운전
이광훈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가 원전 본거지인 유럽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꺾고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전 수출 실적으로 한국의 원전 산업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계약 성사는 40여 년간 쌓아온 한국의 원전 시공, 운영 기술과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성과에 힘써주신 정부와 산업부, 각계 기관과 원전업계, 그리고 국민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40년 가동 후 10년의 계속운전을 마치고 이제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의 최초 원전으로서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이뤄낸 뿌리였다. 고리1·2호기는 해외 차관을 받아 건설되었으며, 이를 통해 원전을 만들고 운영하는 기술을 익혔다. 이후 고리3·4호기와 신고리1·2호기까지 건설되면서 한국형 원전이 완성도를 갖췄고, 그 신뢰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었다. 부산 기장군 고리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원자력 역사는 그 이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로 오늘날 ‘체코 원전 수주’라는 큰 성과에 기여했다.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이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내년도 고리2호기 재가동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 안전하고 개선된 원전 운영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 개발과 적용을 통해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계속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다 안전한 원전 운영을 위해 최신 규제 요건을 반영한 ‘환경 피로 감시시스템’을 한수원이 자체 개발해 운영을 개시했다. 오랜 기간 현장과 연구소가 협력해 노력하고 연구한 결실이다. 이 시스템은 원전의 주요 기기 및 배관에 누적된 피로 손상도를 주기적으로 정밀하게 평가해 발전소의 건전성을 상시 감시하는 체계다. 새 시스템은 지난 4월 신한울1호기에 처음 적용됐으며, 앞으로 고리2호기 등 모든 원전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재가동을 준비 중인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새 시스템이 원전 운영의 안전성을 더 높이고, 지역민들께서 과거보다 더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지진 재난에 대비한 원전의 안전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한수원 중앙연구소 내에 자체 ‘구조내진실증시험센터’도 준공했다. 이 센터에는 실제 지진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내진시험이 가능한 최신 설비가 구축되었다. 한수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자체 시험 인프라를 활용한 체계적인 시험수행과 신속한 기술지원을 통해 지진 안전성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에 있어서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과 평가, 새로운 안전 혁신 기술의 적용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는 계속운전의 전제 조건이자 지역민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의 계속운전시 발전소는 안전성이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전소의 장기 운영과 계속운전을 위한 지속적인 설비 개선과 안전설비 보강을 통한 하드웨어 측면의 개선과 운영 노하우의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리2호기의 경우도 1997년 이후 총 3248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발전소 안전성을 높이고, 성능을 개선해 왔다. 향후 계속운전 안전성 증진을 위해 1758억 원 규모의 추가 설비투자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러한 지속적인 투자와 내부의 혁신 노력, 그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유를 통해 안전한 원자력 계속 운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를 계속 쌓아 갈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리2호기의 내년 하반기 가동 재개를 목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국가와 지역의 무탄소 에너지 전력 수급, 그리고 또 다른 원전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