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AI,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법원 ‘재판 지연 도우미 AI’ 도입 채비
로펌 무료법률상담 ‘AI 변호사’ 출시

해외서도 인간 변호사·AI 갈등 첨예
시대 맞게 국내외 입법 보완 절실

의뢰인과 신뢰 구축, 소중한 업무
‘AI 장착 변호사’ 이제 준비해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사라지는 직업에 변호사가 상위권에 꼽히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인지, 변호사업계에서도 요즘 AI 개발에 분주하다. 밥줄을 위협하는 AI를 애써 외면하고 싶었지만, 혼자 도태될 수 없어서 변호사 무료 체험으로 제공되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봤다. 사례를 넣고 유사한 판례를 요청하니, 놀라운 속도로 사안을 요약하고 하급심 관련 판례와 법리를 찾아주었다. 확실히 리서치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여 줘서 고맙긴 한데, 향후 몇 년 뒤 모습은 어떨지 아찔해진다. 아직은 데이터 학습이 덜 된 탓인지 AI는 실제 질문과는 관련 없는 판례를 찾기도 하고, 잘못 해석하는 사례도 있어 그대로 믿고 활용할 수는 없는 단계였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법조계까지 파고들었다. 법원 행정처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판 지연 도우미 AI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청도 시민이 AI로 고소장을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토 중이다. 법조계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로펌은 벌써 ‘AI 변호사’를 출시하고 일반인에게 AI로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AI가 변호사의 일을 해서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얻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또한 AI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과거 로펌이 처리했던 사건들이 사용되어 의뢰인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로펌에서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고, 광고를 통한 이익도 없다면서 즉각 반발에 나섰는데, 직역을 수호하려는 변협과의 갈등이 제2의 ‘로톡’ 사태로 번질 분위기다.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해외 법조계에서도 인간 변호사와 AI 간의 갈등은 첨예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챗GPT를 활용해 허위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해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AI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허위로 답변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은 대다수 생성형 AI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로 꼽힌다.

파리 변호사회도 AI가 없는 법 조항을 만들어 인용하고 있어, 그 위험성에 비 변호사의 법률 상담은 불법이라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일본에서는 AI 서비스 제공자가 돈을 받으면 위법이지만, 변호사를 상대로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도 된다며 법무성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AI 법률 서비스에 적극 대응하는 분위기다.

생활 곳곳에 퍼져 있는 AI 발달 속도를 보면, 법조계도 더 이상 변호사법 규정만으로 이를 제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호사 생활을 돌이켜 보면, 판례를 검색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일보다는 의뢰인과 마주 앉아 소통하고 공감하고, 같이 욕도 하면서 듣는 의뢰인의 말 한마디가 사건의 해결 실마리가 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의뢰인과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변호사 업무였다.

앞으로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AI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인간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영역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AI 기술이 고도화되어 리걸테크의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수록 현행 변호사법 저촉의 문제가 있다 보니, 그동안 AI 개발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내의 입법적인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얼마 전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제정한 포괄적 AI 규제법을 발효했다. EU AI 법의 제반 규정은 부정적 영향을 줄 위험이 높을수록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구성됐는데, AI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돕기 위한 것임을 전제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AI 기술 활용은 금지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고민해 온 만큼 관련 법률의 제정을 미룰 게 아니라, EU의 포괄적 AI 규제 법의 내용을 참조하여, 개인정보 보호 등 제반 문제를 보완하고 IT 강국으로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AI를 장착한 인간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지적처럼, 변호사 업무에 AI를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이되, AI 답변에는 허위 정보도 많은 만큼,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법적 지식과 능력은 필수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도구는 내 입맛에 맞게 도구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