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공간이 금이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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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희 공모 칼럼니스트

‘시간이 금’이라는 말은 친숙하다. 그렇다면 공간도 금일까. 근대에 이르러 인간은 자신의 시간을 소중한 금처럼 소유하고 처분할 수 있는 재화 같은 성격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유관하며 시간이 공간보다 사적임을 보여준다.

공간이 보다 정태적인 존재에 가깝다면 시간은 보다 동태적인 경험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마주하는 공간과 시간을 떠올려보면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유튜브에서 영상 한 편을 본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공통적으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접속하여, 즉 모두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우리는 공간이 보다 공적이고 시간이 보다 사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공간은 하나의 형식(폼)이고 시간은 하나의 구성(콘텐츠)과 연결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컨대 보통 사람이라고 하면 어떠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는 대다수 사람들 간 공유하는 일정한 형상을 떠올림과 동시에 구체적인 구성은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 또한 그러한 내외부적 개성을 알아내는 일에는 경험, 즉 시간이 소요된다.

공공성은 건축의 필연적 속성

만들어지는 공간 완성도만큼

체험하는 시간적 구성도 중요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부산 특별건축구역 시범사업

공동체 위한 성과로 이어져야

이제 2×2 행렬을 하나 그릴 수 있다. 공적인 공간과 시간,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시간,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시간, 사적인 공간과 시간. 범위를 하나의 물리적 도시로 상정한다면 공간과 시간을 모두 공적으로 지배하는 대표적인 곳에는 학교, 경찰서, 군부대와 같이 공권력이 관리하는 장소들이 놓인다. 반면 사적인 공간에 사적인 시간은 주택이나 호텔과 같은 가장 개인적인 장소다. 공적인 공간에 사적인 시간은 공원,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기차역, 체육시설 등이 자리하고 진입장벽 없거나 낮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쇼핑몰과 같은 상업시설도 포함될 수 있다. 함께 모이지만 그 시간 경험이 강제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 사적인 공간에 공적인 시간은 회사나 일터처럼 자유로운 공간에 지시된 시간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네 카테고리를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인 지역으로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 혹은 지방행정의 역할을 고려하면 우선순위를 고민해 볼 수는 있다. 공공성을 갖는 공적인 공간들이 사적인 공간보다 우선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적인 시간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방향이다. 아마도 이 조합이 헌법 1조가 명시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조문처럼 공간의 공화주의와 시간의 민주주의가 결합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기에 필연적으로 공공성을 지닌다. 공유하는 공간에 들어선 건축물은 도시의 공공적인 ‘풍경’을 구성하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가 본래적이다. 예컨대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인정받는 아파트단지가 있다면 아파트를 쳐다보며 느끼는 아름다움만으로도 긍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온다. 그러나 아파트 안에서의 경험, 즉 사적인 시간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효과는 짧고 제한적이다.

부산시가 발표한 특별건축구역 시범사업 추진이 건축예술을 통한 공공성이라는 큰 비전을 가진 것처럼 보임과 동시에 비판받는 부분은 지자체가 아파트 재개발 사업에만 힘을 쏟냐는 것이다.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내딛는 큰 발걸음이라고 하지만 향후에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실제 도시를 경험하는 현장에서 아름다움을 오래 마주할 수 있는 공간들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예컨대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자국의 유명 건축가 16명을 초청해 각자 개성이 담긴 건축디자인으로 진행한 공공화장실 프로젝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물론 공간이라는 외형이 다가 아니다. 예컨대 미래 랜드마크로 기대되는 부산 북항의 오페라하우스 역시 그저 감탄하고 사진 한번 찍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지속되려면 공간의 완성만큼이나 체험하고 머무는 시간의 구성이 중요하다. 얼마나 자주 찾고 머무를 것인지의 콘텐츠는 내부의 공연이기도 하지만 외부에 아름답게 조성되어야 할 산책로나 공원과 같은 공공 공간이 될 수 있다.

공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에 있다. 이는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이미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된 시공간 연속체임을 밝혀낸 것과도 연결해 볼 수 있다. 사회와 개인, 나아가 공익과 사익이 마치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힌 연속체처럼 상호 결합한 관계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기후변화의 위기 속 지구라는 행성을 공유하고 코로나 시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날로 전쟁과 테러가 빈번해지는 환경에서 시간만큼 공간이 ‘금’이 되어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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