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좋아요'는 차갑다
장병진 디지털총괄부장
취향과 성향이 드러나는 ‘좋아요’
알고리즘으로 상반되는 정보 차단
쯔양 사태 별점테러 등 문제점도
취향 저격 벗어나는 노력 필요해
SNS에서 오랜만에 지인이 보인다. SNS에서 본 지인에게 반가움을 표현할 방법은 많다. 우선 전화를 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댈 수도 있다. 막상 전화하기가 꺼려진다면?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그동안 묻지 못했던 안부를 조심스럽게 전달할 수도 있다. 이것도 부담스럽다면 댓글로 “오랜만이다. 잘 지내냐”라고 남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댓글 남기는 것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면 ‘쿨’하게 ‘좋아요’를 누르고 슬며시 지나간다. 관심은 표했다. 하지만 서로 연결의 여지는 남기지는 않는다.
알고리즘과 좋아요가 만나면 좋아요는 훨씬 차가워진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우리가 뉴스나 콘텐츠를 볼 때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는 일은 자주 없다. 그만큼 좋아요는 상당한 관심이 있음을 알려주는 행위다.
콘텐츠에 관심있는 이의 수를 완벽하게 셀 수 있기에 좋아요를 얻기 위해 선을 넘나드는 이들도 많다.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 카테고리 중 하나는 정치적 이슈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중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지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표로 환산될 수 있는 수가 명확하게 나타나기에 좋아요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더 날카롭게 만든다. 좋아요를 파악한 알고리즘은 다른 목소리를 차단해 줄 터이니 더욱 상대에게 ‘차가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음모론에 가까울수록 더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몰리고 화제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내게 조국 딸 조민씨와 왜 결혼했느냐고 따지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유튜브의 가짜뉴스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을 했을 정도다.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은 상관없다. 이미 그 영상을 좋아요하는 이들에게는 가짜가 진실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이버레커’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이버레커는 인터넷상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파하여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특정 인물을 비방하는 행위를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은 다양한 자극적 소재의 콘텐츠로 전환하여 조회수나 광고 수익을 얻는다.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알고리즘은 이를 ‘중요한 콘텐츠’로 분류하고 노출을 늘리기에 이들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 변한다. 이를 보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좋아요를 누르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사이버레커의 비방은 당하는 피해자에게 차가운 칼날이 된다. 사이버레커들이 1000만 유튜버 쯔양의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겁을 줘 금품을 갈취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좋아요의 차가움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 같다.
배달 플랫폼에서의 좋아요인 ‘별점’ 역시 차갑다. 자영업자들에게 ‘별점’은 목숨과도 같다. 알고리즘은 낮은 별점을 받은 업체의 상위 노출을 막는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인데 배달 플랫폼에서 낮은 별점은 좋은 자리를 순식간에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영업자들이 ‘별점테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별점을 주는 소비자들에게 갑질을 당하기도 한다. 자영업 커뮤니티에 보면 ‘실수로 뼈 있는 치킨을 시켰는데 그동안 주문 내용을 보면 당연히 순살을 배달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센스 없는 가게’라며 낮은 별점을 준 사례도 나온다. 황당한 점주는 별점을 준 이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지만 결국은 순살 치킨을 ‘강제 서비스’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알고리즘이 두렵기 때문이다. 좋아요가 차가운 무기가 된 셈이다.
개인에게도 좋아요는 폭력적일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의 취향을 알고리즘 철저하게 반영한다. 게임, 여행, 음식, 스포츠 등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포인트, 자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다. 심지어 이를 세분화해 스타크래프트 영상, 일본 온천 여행, 매운 면요리, 풋살 기술 등으로 나눠 손가락을 유혹한다. 다른 정보를 찾아볼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 친절한 알고리즘에 우리는 이에 한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박탈당해 취향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좋아요는 관심의 표현이지만 다른 정보를 차갑게 막아버리는 장벽이기도 하다.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어도 당신을 위한 취향 저격 콘텐츠는 넘쳐나겠지만 애써 다른 정보와 시각을 찾아보아야 한다. 일단 장벽을 낮추기 위해 좋아요의 차가움을 설명하는 이 칼럼에 ‘따뜻한 좋아요’ 한 번만 부탁드린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