쐈다 하면 금메달… 여자 양궁 ‘임시현 시대’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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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현 꺾고 여자 개인전 금메달
아시안게임 이어 올림픽 3관왕
10점 필요할 때마다 과녁 정중앙
9개월 새 국제대회 금메달만 6개
원조 신궁 김수녕 계보 이어가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우승한 임시현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우승한 임시현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 임시현(한국체대)이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연속 3관왕에 오르며 여자 양궁이 ‘임시현 천하’임을 증명했다.

임시현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막내 남수현(순천시청)을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물리쳤다.

임시현과 남수현은 1세트 1점씩을 나눠 가져 팽팽하게 승부가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경험해 본 임시현의 심장이 더 강하다는 건 바로 다음 세트에 드러났다. 임시현이 2세트 9점, 10점, 10점을 쐈고, 남수현은 9점, 7점, 10점을 쏘며 고개를 숙였다. 승기를 잡은 임시현은 3세트와 5세트에 4점을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3번째 금메달까지 가져갔다.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이 탄생한 건 혼성전이 처음 도입된 2020 도쿄 올림픽 안산(광주은행)에 이어 임시현이 두 번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3관왕에 등극하며 세계 최강의 여궁사임을 입증했다. 임시현이 9개월 사이에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딴 금메달만 6개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임시현(오른쪽 두 번째)과 은메달을 딴 남수현(오른쪽 세 번째)이 양창훈 감독(오른쪽 첫 번째)과 김문정 코치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임시현(오른쪽 두 번째)과 은메달을 딴 남수현(오른쪽 세 번째)이 양창훈 감독(오른쪽 첫 번째)과 김문정 코치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시현은 이번 대회 시작부터 3관왕을 달성할 것임을 신기록으로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랭킹라운드에서 세계신기록(694점)을 기록하며 경쟁자들의 기를 죽였다. 단체전에서도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에이스’ 다운 실력으로 10점이 필요할 때마다 어김없이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꽂았다.

시작부터 금메달 3개를 수집한 임시현은 ‘원조 신궁’ 김수녕의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다.

김수녕은 한국 양궁 최초의 다관왕이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대회(이상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1개씩을 수확해 총 4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2003년생인 임시현이 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당장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김수녕의 기록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결승전에서 임시현에게 진 남수현은 처음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은메달을 추가했다. 한국 양궁이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 은메달을 모두 가져간 건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준결승전에서 임시현에게 패하며 3위 결정전으로 밀린 전훈영은 개최국 프랑스의 리자 바벨랭에게 4-6(27-28 29-27 26-28 29-26 27-28)으로 져 개인전 메달 획득에 안타깝게 실패, 여자 단체전 금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4회 연속으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최강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한국 양궁의 마지막 도전은 남자 양궁 개인전 우승이다.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자를 배출하면 한국 양궁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양궁 전 종목 금메달 5개 ‘싹쓸이’를 해낸다. 양궁은 남녀 단체전, 남녀 개인전에 혼성 단체전이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세부 종목이 됐다.

특히 남자 개인전 출전 선수 중 김우진(청주시청)이 우승할 경우, 양궁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3관왕’에 오른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김우진은 올림픽에서 4개, 세계선수권에서 9개,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낸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궁사다. 양궁은 남자 개인전을 끝으로 대회 일정을 마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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