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역대 최대 해파리 습격, 바다 안전 어쩌나
올해 국내 해역 ㏊당 108개체 역대 최대
여름철 해수욕장 피서객 쏘임 피해 속출
해양생태계 파괴 대응 연구·인력 늘려야
여름 피서철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데 전국 해수욕장은 해파리 습격으로 피서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해파리는 해양생태계 파괴와 해마다 높아지는 수온 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강도를 더해 가며 우리나라 전 해역으로 확산 중이다. 이 때문에 독성이 강한 해파리가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식장과 근해 어업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 종별 유입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며 피서객과 어민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제주·부산 이어 동해까지 확산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해역의 해파리 밀도는 ㏊당 108개체로 전년도의 0.3개체에 비해 폭증했다. 이는 국내 해역에서 해파리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다. 이 때문에 피서철을 맞은 전국 해수욕장마다 해파리 쏘임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부산의 7개 주요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해파리 쏘임 구급 활동은 모두 195건인데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39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 6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부산·경남 해역에는 지난달 12일부터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특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국내 해역의 해파리 밀도가 높아지면서 부산·경남과 제주는 물론이고 동해로도 해파리 피해가 확산했다.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중국 연안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국내 해역으로 유입되는데 제주, 경남, 부산에 이어 동해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올여름 동해안 6개 시군에서 집계된 해파리 쏘임 사고는 모두 500건에 달한다. 최근 일조량 증가와 연안 해역의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동해안으로 해파리 출몰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서객 쏘임에 어업 피해도 속출
국내 연안에서는 2010년 이후 해파리 출현이 잦아지기 시작해 해마다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길게 더 많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수욕장 피서객 쏘임 사고는 물론이고 어업 피해도 속출한다. 해파리에 쏘일 경우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지만 통증과 붓기가 발생하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설사, 복통이 생기기도 하는데 심할 경우 혈압 저하,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고 쇼크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까지 있어 방심할 수 없다. 2012년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물놀이하던 8세 여아가 해파리에 쏘여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연근해 어민 피해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수온과 해파리 밀도 증가로 어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해양수산부와 지자체가 피해 실태 조사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대 200㎏에 육박하는 해파리가 그물에 걸리면 그물이 찢어지고 어획량 감소로 이어진다. 또 해파리에 의해 물고기가 폐사하거나 훼손돼 상품성도 떨어진다. 연근해 어민들에 따르면 7~8월 극성을 부리다 10월이면 사라지는데 이제는 11월에도 나와 골치라고 한다.
∎해양생태계 파괴와 해파리 증식
인류보다 먼저 지구상에 나타난 해파리는 엄청난 진화 과정을 겪으면서 생존력을 길러 왔다. 환경에 철저하게 적응하며 살아남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이동하며 적응한 것이다. 우리 수역의 해파리 증가도 해수 온도 상승과 함께 동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하면서 먹이를 따라 자연스레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적으로 해파리 개체 수 증가를 둘러싸고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워낙 종이 다양하고 종마다 생태적 특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남획으로 인해 쥐치와 거북이 등 천적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해파리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연안의 인공구조물이 많아지면서 해파리 서식지가 확장해 개체 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해파리 같은 자포동물의 부착유생인 폴립이 인공구조물에 부착돼 다량으로 번식한다는 것이다. 새만금방조제 축조 후 서해안에 해파리 밀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어민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인간에 의한 해양생태계 파괴가 해파리의 이상 증식과 공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해파리 퇴치 안간힘
해파리는 유해조류로 인명과 어업 피해는 물론이고 대량 증식의 경우 해양생태계 균형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립수산과학원은 2010년부터 모니터링을 통해 주의보와 경보 등을 발령하고 있다. 단계별로 해파리 특보가 발령되면 각 지자체는 해당 수역에서 그물에 칼날을 달아 해파리 퇴치 작업을 벌인다. 또 해파리 수매사업을 통해 개체 수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해파리 번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산란장을 찾아 폴립 제거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해양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근본적 퇴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김경연 연구사는 “국내 해역에서 강한 독성으로 문제가 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경우도 중국 연안 개발에 따른 부영양화 등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환경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해파리가 국내 어업과 해양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연구와 인력 등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