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예측 불가능한 난기류, 유일 대책은 ‘안전벨트’ [트래블 tip톡] ⑰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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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항공기 사고로 난기류 관심
산악, 제트기류, 폭풍우 등 원인 다양
강도에 따라 종류 4단계로 분류 가능
기후 위기로 최근 발생 건수 55% 증가

항공기 흔들리더라도 추락하지는 않아
승무원, 승객 다치는 게 가장 큰 문제
아침 운항 편, 날개 쪽이 상대적 안전

싱가포르 항공기가 난기류에 휘말려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지난 5월에 발생했다. 게다가 기후 위기 때문에 난기류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심해진다는 연구 조사도 나왔다. 이 때문에 난기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은 싱가포르항공 항공기 내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은 싱가포르항공 항공기 내부. 로이터연합뉴스

■난기류의 원인

난기류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히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산악, 제트기류, 폭풍우로 나눌 수 있다.

산악 난기류의 경우 파도와 비슷한 현상이다. 파도가 해변을 덮치면 육지에 막혀 산산이 부서지는데, 기류가 산을 덮치면 파도 같은 현상이 생긴다. 어떤 기류는 부드럽게 산을 넘어가지만 어떤 기류는 큰 충돌을 일으켜 위로 올라간다. 이때 창공에 아주 광범위한 진동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진동 현상이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일으킨다.

제트기류는 높은 하늘에서 일어나는 공기 흐름이다. 제트기류의 풍속과 해당 지역을 지나는 항공기의 속도에 차이가 생길 때 난기류가 생길 수 있다.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폭풍우도 난기류를 발생시킨다. 폭풍우 구름이 급속도로 팽창하면 주변 공기를 밀어내는데, 이때 수백~수천km 떨어진 곳에서 난기류로 돌변하는 것이다.

한 항공기가 이륙 직후 구름 사이로 비행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한 항공기가 이륙 직후 구름 사이로 비행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난기류의 위험성

난기류는 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가벼운 난기류, 보통 난기류, 심각한 난기류, 최악의 난기류다.

가벼운 난기류는 항공기 운항 중에 수시로 일어난다. 영향도 항공기가 아주 가볍게 떨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보통 난기류는 발생 빈도가 드물다. 충격도 심하지 않아 좌석 등받이 테이블에 올려 둔 물이 출렁이거나 넘치는 정도다. 심각한 난기류는 매우 희박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좌석에 앉아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객이나 승무원이 다칠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을 준다.

가장 위험한 것은 미리 예측하는 게 불가능한 청천 난기류다. 글자 그대로 맑은 하늘인데 난기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넓은 범위에서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보다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가 훨씬 더 거칠다. 청천 난기류는 이전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제트기류의 공기 흐름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난기류가 위험하다고 해서 항공기가 추락하지는 않는다. 항공기는 난기류를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려도 뒤집히지 않고 배가 파도가 심한 바다를 항해해도 쉽게 전복되지 않는 것과 같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추락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는 난기류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겹쳐 발생하는 경우다.

난기류에 대해서 걱정해야 할 것은 항공기 추락이 아니라 항공기 내에서의 부상이다. 미국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9~2022년 사이에 난기류 때문에 다친 승객, 승무원은 163명이었다. 그중 승무원이 129명이었고 승객은 34명에 불과했다.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났을 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좌석에 앉아 있든 기내를 돌아다니든 상관없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였다. 승무원들이 ‘난기류가 우려되니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라’거나 ‘좌석에 앉아 있을 때에는 늘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문제는 기후 위기 때문에 높은 고도에서의 난기류가 과거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영국의 리딩대학교 기상학과가 조사를 해보니 항공기가 자주 다니는 북극항로의 경우 2020년에 일어난 심각한 난기류 발생 건수는 1979년보다 55% 증가했다. 심각한 난기류 총 발생 시간도 1979년 17.7시간에서 2020년 27.4시간으로 10시간 가까이 늘었다. 보통 난기류 총 발생 시간은 70.0시간에서 96.1시간으로 36% 늘었고, 가벼운 난기류 총 발생 시간은 466.5시간에서 546.8시간으로 17% 늘었다. 난기류가 전체적으로 늘었는데 특히 심각한 난기류 증가 상황이 더 심각했다는 뜻이다. 상황은 북극항로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남대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기류 대책

난기류가 언제 항공기를 덮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항공기에 난기류 측정시스템이 장착돼 있지만 가벼운 난기류만 예측할 수 있을 뿐 심각한 난기류나 최악의 난기류는 예측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난기류를 예방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결국 유일한 대책은 늘 조심하는 것이다. 좌석에 앉아 있을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매고, 화장실에 가는 일이 아니면 기내를 돌아다니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또 아기와 동승할 때는 늘 손으로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

만약 난기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고 싶으면 오전에 출발하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게 낫다. 이른 아침에는 난기류가 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양 날개 쪽은 난기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곳이다. 이미지투데이 항공기의 양 날개 쪽은 난기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곳이다. 이미지투데이

항공기 앞쪽은 난기류의 충격을 덜 느낀다. 양 날개 쪽도 마찬가지다. 날개가 충격 흡수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맨 뒤쪽은 난기류 충격을 가장 심하게 느낀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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