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청산을 부른다 4-윤중호(1956~2004)
청산(靑山), 너머에 또 청산,
너머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살랑대는 바람도 푸르게 자라서
길이 되는 곳
나무등걸, 칡넝쿨, 솟을바위,
세상이 버린 멍든 가슴들이
막아선 길 끝
사람이 만든 길 끝에 서서,
울먹이며
청산을 부른다.
-시집 〈청산을 부른다〉(1998) 중에서
현실이 힘들고 각박할수록 사람들은 이상향을 찾는다. 도연명의 ‘무릉도원’이나, 제주도의 ‘이어도’, 지리산의 ‘청학동’ 전설 등이 그런 내용일 것이다. 낙원을 갈망하는 인간의 마음은 본능적이어서 역사 속에서 늘 나타났고, ‘청산’도 낙원의 한 표상으로 오르내렸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청산에 살어리랏다’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누가, 왜 ‘청산’을 찾는가 하는 점이다. 시인은 ‘세상이 버린 멍든 가슴들이’ ‘사람이 만든 길 끝에 서서’ ‘울먹이며’ ‘청산을 부른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청산이 버려진 자들에게 막다른 상황에서 주어지는 구원의 장소가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곧 ‘청산을 부르’는 것은 핍박받는 자들이 현실의 모순과 불의를 부수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하여 청산은 혁명의 깃발이다.
김경복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