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개인택시조합, 동백택시 대신 카카오택시로 갈아타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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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백택시 호출 건수 급감
조합, 카카오와 가맹 계약 추진
대기업 독과점 폐해 비난하다가
생존 명분 내걸고 대기업과 협력
시, 공공 플랫폼 좌초 위기 방관

부산역 일대에서 운행 중인 동백택시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역 일대에서 운행 중인 동백택시 모습. 정대현 기자 jhyun@

호출 건수 급감 위기를 겪는 부산시 택시 공공 플랫폼인 동백택시가 개인택시 이탈 우려를 맞닥뜨렸다. 동백택시 운영 주축인 부산개인택시조합(이하 조합)이 동백택시와 별도로 대기업 플랫폼인 ‘카카오택시’ 가맹 계약을 추진하면서 동백택시 운영에 심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카카오택시를 대기업 독과점 폐해 주범이라고 비난해 온 조합 측이 생존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카카오 측과 손을 잡게 된 상황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28일 부산시와 조합 등에 따르면 조합은 동백택시와는 별도로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 김호덕 이사장은 “부산시에 동백택시 활성화 방안을 건의했으나 잘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동백택시에 협조하면서도 카카오 가맹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는 기사들이 동백택시라는 낚싯대 하나만 가지고 있는데 고기가 더 많은 카카오라는 어장에 낚싯대를 드리울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카카오택시 가맹사업자가 되면 부산 개인택시는 호출료가 1000원가량 더 비싼 ‘카카오T 블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조합은 카카오 측과 가맹 계약을 맺더라도 기존 동백택시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택시의 경우 기존 동백택시 호출에 더해 ‘카카오T블루’ 호출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동백택시 운영에 주축 역할을 하는 개인택시가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카카오택시로 ‘쏠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택시가 승객 호출량이 많아 배차가 많이 되는 카카오택시 호출 서비스를 주로 하게 되면 동백택시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동백택시에는 개인택시 1만 3500대, 법인택시 6000대가 가입돼 있다.

부산시와 손잡고 동백택시 출범에 앞장선 조합 측이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을 잡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택시업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부산시가 승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동백택시를 출범시키고, 조합 측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다가 동백택시 상황이 어려워지자 카카오택시로 ‘갈아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동백택시 가입 택시는 호출 수수료를 물지 않고 동백전 결제 승객에게는 시민 세금으로 캐시백 7% 혜택이 주어진다.

실제 조합은 동백택시 출범 때부터 대기업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택시에 반대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지난해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택시 기사 유니폼을 입고 카카오택시의 수수료와 호출 몰아주기를 비난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부산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 측이 조합원 이익을 위해 카카오 가맹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개인택시 이익만을 생각하는 집단 이기주의이며 다른 택시단체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합 측은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동백택시 이용률은 2년 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지난 5월 동백택시 호출 건수는 총 15만 4378건이었다. 2년 전 같은 기간 45만 2534건에 비해 약 66%가 줄었다. 지역화폐 캐시백 한도 축소, 대형플랫폼 공격적 마케팅 등에 영향 받았다.

부산시 역시 동백택시 좌초 위기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부산시는 조합 측이 동백택시 가입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개인택시가 호출이 많은 카카오택시 운영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택시업계의 시각이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동백택시를 찾도록 홍보하고 프로모션 할인도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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