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합창단 벌인 판 위에서 청년 예술가들 빛났다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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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퀸 심포니’ 부산 초연 성료
청교·합창단 등 170여 명 열연
공공 예술단 역할 돌아보는 계기 
‘한국 초연’ 보도자료는 정정을…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공연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공연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커튼콜 모습. 양손을 번쩍든 이가 임희준 지휘자. 김은영 기자 key66@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커튼콜 모습. 양손을 번쩍든 이가 임희준 지휘자. 김은영 기자 key66@

다소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젊은’ 에너지가 넘쳤다. 의욕과 도전이 빛났다. 판은 부산시립합창단이 벌였지만, 사실상 주인공은 부산시립청소년교향악단(악장 심채영)과 경성콘서트콰이어(인스펙터 서유민), 동아대합창단(단장 박정훈) 등 100여 명의 청년 예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시립합창단(예술감독 이기선)이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톨가 카쉬프(1962~ )의 1시간 남짓 걸리는 ‘퀸 심포니’(원제 The Queen Symphony:A symphony in six movements inspired by the music of Queen)를 초연했다. 이날 공연 지휘와 레퍼토리 선정은 시립합창단 임희준 부지휘자가 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지휘를 함께 공부한 임 부지휘자는 2020년부터 시립합창단 부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번 공연이 주목받은 이유는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퀸 음악에 영감을 받은 6악장의 교향곡 ‘퀸 심포니’를 부산에선 처음으로-보도자료는 ‘한국 초연’으로 잘못 배포됐다-선보인 덕분이다. 한국 초연은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21년 10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가 기록했다. 영국 왕립 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한 톨가는 2002년 11월 6일 영국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이 곡을 세계 초연했다.

부산시립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을 위탁 운영하는 (재)부산문화회관에서 지난 15일 자로 배포한 보도자료 캡처. 부산시립합창단 등 시립예술단을 위탁 운영하는 (재)부산문화회관에서 지난 15일 자로 배포한 보도자료 캡처.

특별 연주회는 시립합창단이 주도했지만, 곡은 합창보다 기악에 가깝다. ‘Radio Ga Ga’ 모티브 등과 합창이 나오는 1악장, ‘Love of My Life’의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2악장, 첼로와 바이올린이 주고 받는 협주곡이 포함된 3악장, ‘보헤미안 랩소디’ 선율과 ‘We Will Rock You’ 등이 등장하는 5악장을 지나 쉬지 않고 이어지는 6악장의 ‘안단테 소수테누토’는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느리게 연주하라는 의미처럼 장엄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어우러지며 마무리된다. 곡 성격상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무대 배치도 신경 썼다. 포디엄 바로 앞 정중앙에 그랜드피아노를 두고, 그 양옆으로 오케스트라를 배치했으며, 무대 깊숙이 100명 가까운 혼성 4부 합창단(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파트)이 자리 잡도록 했다. 연주에 참여한 총인원은 170여 명에 이른다. 연주단 규모로 치자면 흡사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을 보는 듯했다. 그만큼 자주 공연되는 곡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공연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공연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커튼콜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23일 오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 ‘퀸 심포니’ 커튼콜 모습. 부산시립합창단 제공

다만, 다목적홀 부산시민회관 좁은 무대에 많은 연주자가 올라가느라 후면(정면) 음향반사판을 없앴다. 아쉬운 음향이었다. 시립예술단이 주로 이용하는 부산문화회관은 지난달부터 부설주차장 확장 공사에 들어가 올여름 시립예술단 극장 공연 대부분이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 ‘2024 서머 판타지’ 타이틀로 진행한 시립합창단 공연은 부산시민회관으로 옮겨서 진행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약 900명의 관객은 5060세대는 물론이고 MZ세대까지 다양했다. 공연이 끝난 뒤 대체적인 반응은 “재미있었다” “신선했다”였지만, “퀸의 유명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교향곡이라고 해서 퀸 노래 한두 곡쯤은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들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 클래식 관현악곡이었다”며 허탈한 미소를 짓는 관객도 있었다.

공연에 참여한 청년 예술인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했다. 경성콘서트콰이어 황인태 베이스는 “시립합창단 선생님들과 함께하면서 소리 내는 질감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배웠다”며 “‘보헤미안 랩소디’ 정도만 알았는데, 새로운 곡을 많이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베르디 레퀴엠’ 공연 이후 시립합창단 공연을 찾기 시작했다는 관객 홍새롬 씨는 “유명 오케스트라가 발매한 음원으로 곡을 찾아서 듣고 왔지만, 라이브 공연은 또 다른 매력”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공공 예술단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처럼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청년 예술가에게 새로운 공연 기회를 준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립합창단 특별 연주회는 참 특별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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