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뜬금없는 부산시립대학원대학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시, 고급 인재 육성 목표 거액 투입
하지만 예산 대비 기대효과 불투명
오히려 지역 대학 투자가 더 바람직
최근 부산시가 부산시립대학원대학 설립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대학원대학이란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만 두는 대학을 말하는데, 시가 1500억 원을 들여 직접 첨단 분야 대학원대학을 설립해 고급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첨단 기업을 부산에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연구용역비 3억 원을 투입해 대학원대학의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물론 시에서 실시하는 타당성 조사는 이 사업을 위해 투입해야 할 유·무형의 비용과 실현되었을 경우 부산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 등을 분석하는 조사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범박하게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타당성, 즉 ‘사물의 이치에 맞는 옳은 성질’에 기초하여 부산시립대학원대학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먼저 시에서 대학원대학을 설립하려고 하는 이유와 목적이 필자가 보기에 타당하지 못하다. 현재 시의 대학원대학 설립 계획을 보면 대학원대학을 설립하려는 데에만 그 목적이 있지, 어떤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고 어떤 기업을 부산에 유치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첨단산업 분야인 양자라든지, 이차 전지 이런 분야에서…” 등을 언급한 시의 담당 정책관 발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양자면 양자고, 이차 전지면 이차 전지지 어떤 분야를 하겠다는 계획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은 것이다.
가령 “부산이 글로벌 금융허브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래 금융 기술의 핵심인 블록체인과 관련된 인재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블록체인 대학원대학을 설립하겠다. 그리고 여기에서 배출된 고급 인재를 부산국제금융단지 내 기관에 취업할 수 있게 연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이들이 지역에 정주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국내외 금융 기관이 스스로 부산을 찾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이유와 목적을 어쩌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의 계획은 무엇을 어찌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원대학을 설립해야겠으니 일단 1500억 원의 예산부터 투입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다음으로 대학원대학의 운영 방법이 타당하지 못하다. 시의 계획대로 첨단 분야의 석학을 초빙해 대학원대학을 설립·운영한다면 최고 수준의 교수 인건비, 최신 실험 장비와 재료 구입비, 연구실 운영비, 학생 장학금, 교직원 인건비와 각종 행정 비용 등에 어마어마한 운영비가 매년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대학원대학 설립을 위한 예산 계획을 살펴보면 총예산 1500억 원 중 건축비가 1400억 원으로 예산의 93%를 차지한다. 그리고 향후 운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에서 담당 정책관이 대학원대학 운영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는데, 여기에 그러한 인식이 잘 드러난다. 정책관은 “예산은 국비 사업을 유치하거나 기업에서 주는 연구 과제들을 수행하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최대한 시비 투입을 줄일 예정이고…”라고 말했다. 시에서 밝힌 대학원대학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립 후에는 교수가 알아서 연구 과제를 따오고 알아서 운영하라는 것이다. 이를 보면 시는 대학원대학 설립, 더 구체적으론 건물 설립에만 목적이 있고 운영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대학원대학 설립의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 시의 대학원대학 설립 논리는 부산에서 고급 인재를 양성하면 기업이 인재를 찾아 부산에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대학원대학 학생 80명이 있다고 첨단 기업이 스스로 부산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부산에서 돈을 투자해 육성한 인재가 수도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대학원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 후 수도권으로의 이탈을 막고 계속해서 부산에 정주하도록 할 유인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고민이나 해결 방안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다만 담당 정책관은 “대학원대학 안에서 연구 과제를 계속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라고 말해 졸업생들이 박사후과정으로 부산에 계속 머물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학력 계약직 연구원을 양성하여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게 시가 기대하는 이 사업의 효과라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부산시립대학원대학 사업은 설립 이유와 목적, 운영 방법과 기대효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타당성을 찾기 어려운 무모한 정책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시는 혈세 낭비가 예상되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관련 예산을 지역 대학에 투자하고, 시 본연의 업무이면서 현재 잘하고 있는 지·산·학 협력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