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의 타임아웃] 미국 야구가 전한 울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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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지난해부터 1년간 미국에서 연수 생활을 하던 중 메이저리그 경기를 두 차례 관람하는 기회가 있었다. 경기 내용을 제쳐두더라도 자연스럽게 한국과 미국의 야구 문화와 여건 등을 비교·대조하며 구경할 수 있는 행운도 얻은 셈이다. 첫 번째 경기는 지난해 6월 18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즈와 LA 에인절스와의 대결이었다. 올해 5월 14일에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두 번째로 관람했다.

홈팀에 대한 뜨거운 응원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했다. 그들 또한 공수 교대 타임에 ‘키스타임’과 ‘댄스 대결’과 같은 이벤트를 벌이며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전체적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다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구도 부산’ 야구 팬들의 열광적이고 특색 있는 응원보다는 다소 밋밋한 게 사실이었다.

반면 부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사직구장 재건축 논란이 떠올라 미국의 야구장은 어떤지 눈여겨 보았다. 1973년에 개장한 카우프만 스타디움에는 필드 뒤 쪽에 있는 거대한 분수 ‘워터 스펙타큘러’가 인상적이있다. ‘분수의 도시’라는 별명을 지닌 캔자스시티의 특성을 담아낸 것이라고 한다. 경기장 주변에는 360도 산책로가 있어 팬들이 경기 중에도 이동하며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의 투런 홈런은 덤으로 얻은 볼거리였다.

개폐식 지붕을 가진 돔구장, 체이스필드는 더운 여름철에도 실내에서 쾌적한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실제 기자가 경기를 관람했던 5월 중순만 하더라도 피닉스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 치솟았다. 하지만 냉방 장치가 가동 중인 체이스필드 안에 들어서자 더위를 한 순간에 잊어버렸다. 체이스필드는 또한 수영장이 있는 외야석으로도 유명하다.

인프라 측면 외에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야구장에서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늘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 경기마다 미국을 지킨 영웅, 즉 군인 한 명을 관중들에게 소개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그러면 모든 팬들이 일어나 그를 향해 박수 갈채를 보낸다. 미국인들 속에 배어 있는 군인 예우 정신을 야구장에서 직접 보니 신선했다.

이 두 차례의 미국 야구장 방문은 단순히 스포츠 관람을 넘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안겨줬다. 우선 세계 최고의 야구 팬을 가진 부산은 현재 사직구장을 뛰어넘는 야구장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장처럼 부산의 특색을 살린 것으로 말이다. 무엇보다도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군인, 소방관, 경찰관 등 우리 곁의 영웅을 기리는 이벤트가 더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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