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소리로 만나는 여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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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얀 신경아 작가의 그림책 <여름비> 한 장면. 논장 제공 아이보리얀 신경아 작가의 그림책 <여름비> 한 장면. 논장 제공

투둑, 투두둑 톡톡, 쏴아아, 쿠르르릉.

장맛비 소리가 귀를 두드린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듯하다. 아이보리얀 신경아 작가의 <여름비>(논장)는 더위를 식혀주는 책이다. 한여름 발아래 땅이 이글거릴 때 들리는 비 소식은 반갑다. 한 방울 두 방울 비가 듣기 시작하면 물 위 소금쟁이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툭툭’ 잎사귀를 치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작가는 비에도 여러 색깔이 있음을 보여준다. 세차게 쏟아지는 검푸른 비, 촉촉이 세상을 적시는 초록 비, 보얗게 주변을 휘감는 안개비. ‘투둑투둑’ 비가 그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청개구리부터 꼬마 오리까지 비가 온 뒤 맑은 세상을 즐기러 나온다. 무지개가 그려진 비 웅덩이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그림)에서 경쾌한 음악이 느껴진다.

박주현의 <쭉>(도서출판풀빛)은 수박으로 수많은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 이제까지 수박이 내는 소리는 ‘쩍’하고 갈라서 ‘쩝쩝’ 맛나게 먹고 ‘퉤’ 씨를 뱉는 정도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책을 보면서 수박이 가진 소리의 잠재력을 너무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쭉, 쫙, 짝, 척, 찍, 쩍, 착, 쩝, 슝, 툭, 쏙, 싹. 여름의 소리가 얼마나 힘찬지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다. ‘툭’ 땅에 떨어진 수박씨가 ‘쏙’ 흙 속 깊이 스며든 비를 만나고, 계절을 지나 ‘싹’으로 재탄생한다. 다양한 소리만큼 수박이 가진 생명력도 함께 전달된다.

세상은 수많은 소리로 채워져 있다. “아침이 오면 소리들이 기지개를 켜.” 미란 작가는 <모두 다 음악>(사계절출판사)에서 일상이 품고 있는 멜로디를 들려준다.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아이의 동선을 따라 소리의 흐름이 펼쳐진다. ‘쓱쓱’ 골목길 비질 소리. 일하러 가는 사람들의 차 소리. ‘휘잉’ 하늘을 가르는 새 소리. ‘까르르’ 어린이 웃음소리. 거대한 도시와 자연 풍경 속에 실로폰·호른·피아노·기타·트럼펫 등 다양한 소리를 연상시키는 악기 그림이 숨어 있다. 바람을 따라 ‘사르락사르락’ 숲길을 달리며 아이는 속삭인다. “모두 다 음악이야.” 우리는 매일 다른 소리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있다. 올해 여름의 소리가 바쁜 이들에게는 여유로, 힘든 이들에게는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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