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수의 문화풍경] 여름휴가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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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철학과 교수

여름휴가의 일반적 의미는 휴식, 탐험, 그리고 일상생활의 혹독함으로부터의 탈출일 것이다. 이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시기는 독서에 빠져들 수 있는 이상적 기회이다. 여름휴가 독서는 단순한 오락적 경험을 넘어서서 인간적 성장을 촉진하고 시야를 넓히며 영혼을 자극한다.

여름휴가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현실과 다른 세계로 우리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책은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경험과 장소로 통하는 포털이 된다. 특히 소설은 독자를 환상적인 세계, 역사적 전통 또는 이국적인 장소로 안내하여 정신적 휴양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탈출은 독자에게 활력을 되찾게 하여 여름휴가의 육체적 휴식을 보완하는 일종의 정신적 휴식을 제공한다.

책과의 만남이 주는 즐거움은 무한대

인류의 지혜, 공감과 연대 등 귀한 경험

휴식 안에서 자신을 여물게 하는 시간

예를 들어 톨킨의 〈반지의 제왕〉은 ‘절대 반지(One Ring)’를 둘러싼 인간의 유혹과 선의지(善意志)를 탐험한다. 절대 반지는 가장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데, 이것을 소유하면 남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플라톤의 〈국가론〉에도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목동 기게스는 들판에서 반지 하나를 주웠는데, 반지의 장식 부분을 돌리면 기게스는 자신의 신체가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이 마법의 반지는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막강한 역량을 비유한다. 당신이 이 반지를 획득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기게스는 왕궁으로 쳐들어가 여왕을 유혹하고, 그녀의 도움으로 왕을 살해한 후 자신이 왕이 되었다. 반면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는 절대 반지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반지를 파괴하려는 모험적 여정을 친구와 함께 떠난다.

단순한 탈출을 넘어, 여름휴가 동안의 독서는 개인의 성장과 지적 발달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위인들의 전기, 자기 개발, 철학적 텍스트를 포함한 논픽션 도서는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통찰력과 새로운 관점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어, 김우중의 자서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세계 경영’이라는 거대한 포부의 기업가 정신을 서술한다. 그는 1967년 31세 나이에 자본금 500만 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한 뒤 30년 만에 41개 계열사와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린 자산 총액 76조 원의 재계 2위 기업을 만들었다.

에픽테토스의 〈어록 담화집(Discourses of Epictetus)〉 같은 철학적 저술은 시대를 초월한 인생의 지혜와 지침을 제공한다. 그의 중심 사상은 통제의 이분법이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있고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인생을 잘 살아가려면 먼저 이 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사고와 행동,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나의 신체나 나에 대한 타인의 태도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는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하고, 통제 불가능한 영역은 관심을 두지 말라고 권유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충고와 반대로 살아간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보고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그냥 방치한다. 그러나 에픽테토스는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의견이다’라고 지적한다.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떤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있다고 고자질한다면, 보통 사람은 마구 분노하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반응하라고 권고한다. ‘그가 나를 제대로 알았다면 그것 말고도 비난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독서는 또한 공감과 이해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과 크게 다른 삶과 문화를 경험하여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삶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등장인물의 투쟁과 승리에 공감하도록 돕는다.

독서는 또한 연결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활동이 될 수 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북 클럽은 독자들이 서로의 생각과 통찰력을 공유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친구 및 가족과 더불어 책에 대해 토론하면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가 깊어지는 이점이 있다. 이런 방식의 대화는 독서라는 고독한 활동에 사회적 차원을 더해준다.

여름휴가 독서는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제공한다. 소설에서 흥미진진한 상상 속으로 뛰어들거나, 논픽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는 등 여름 독서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독서는 여름휴가를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형성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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