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박 시장, 불편 못 느꼈나?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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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0시 35분 부산 도시철도 동래역 5번 출구 인근 고깃집 ‘세연정’ 앞의 공터는 웅성거린다. 세상이 온통 깜깜한 시간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이 보인다. 다들 얼굴에 기쁨과 기대감이 흘러넘친다.

이들이 어둠을 무릅쓰고 모인 까닭은 버스다. 이곳에서는 인천공항으로 직행하는 동부하나리무진 버스가 출발한다. 정확히 말하면 부산역에서 출발한 버스가 이곳에서 손님을 더 태워 인천공항으로 간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세연정 앞에 모인 것이다.

세연정 앞에서 손님을 다 태우고 0시 35분에 출발한 리무진버스가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5시 40분이다.

해외여행에 나선 부산 사람들이 인천공항에 가면서 새벽 버스를 타는 데에는 씁쓸한 이유가 있다. 인천공항으로 직접 올라가는 항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른 오전 시간에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지만 아무나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한항공 국제선 항공권을 가진 승객만 탈 수 있고 다른 항공사 표를 가진 여행객은 이용할 수 없다.

일부 항공사가 김해공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지만, 김포공항~인천공항 이동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하는 국제선을 타기는 어렵다.

오후에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기라면 부산에서 이른 오전에 기차나 김포공항행 항공기를 타고 가면 되지만 오전 10시 이전에 이륙한다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부산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외여행을 위해 새벽에 피곤한 몸을 끌고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이다. 탑승료가 5만~6만 원대인 새벽 버스를 타기 싫다면 전날 서울이나 인천공항 인근에 미리 가서 10만~20만 원을 더 내고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

앞으로 가덕신공항이 생기면 이런 불편은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가덕신공항이 예정대로 추진되더라도 앞으로 5년 6개월 뒤인 2029년 말 개장한다는 점이다.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를 개최한다고 봤을 때 개장 일자가 이러했지만, 월드엑스포 개최가 무산된 현재 상황에서는 개장이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부산 사람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가려면 새벽 버스를 타거나 전날 서울에 가서 호텔에 숙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전을 벌이기 위해 수차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수백만 부산 사람이 겪는 불편을 서둘러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일까.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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