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차세대 항공산업과 기상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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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라이트 형제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비행기를 개발한 이후, 항공산업은 유럽의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비행이 보편화됨에 따라 기상 조건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역시 기상예보에 대한 폭발적 수요 증가를 요구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 당시 기상예보 전공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미군은 1만 명 이상의 기상 관측자를 군부대에 배치했고 전 세계의 미군 기지들은 다양한 기상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는 후일 기상 이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기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던 미국의 어느 한 대학에서 일기예보의 핵심 이론이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UCLA의 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줄 차니(Joule Charney)는 중위도 저기압의 발달 과정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논문 ‘기압류하에서의 장파동역학에 관한 연구’(The Dynamics of Long Waves in a Baroclinic Westerly Current)를 발표했다.

UAM의 광범위한 상용화 눈앞

지상 300~600m 난류 불안정

기상학계 전에 없던 도전 직면

새로운 예보 시스템 구축 시급

논문에 따르면 중위도 저기압은 남북 간 기온 차로 인해 불안정해진 제트 기류에 의해 생성되고 발달된다. 이론적으로 밝혀진 주요 과정들은 실제 종관 규모 대기에 적용되었으며 곧 일기예보의 매우 필수적인 중요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핵심 이론의 등장은 경험적 예측을 과학적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체계적인 예보 발전을 촉진했다. 이후 컴퓨터의 등장과 발전으로 수치예보 모델이 개발되었고, 오늘날 일기예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기본 정보로 자리 잡았다. 항공산업이 촉발한 기상예보의 필요성은 혁신적인 이론의 등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현대 기상예보 시스템 구축을 이끌었다.

2020년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의 초기 상용화를 목표로, 2030년까지 상용화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항공시대를 여는 도전적 과제다. 기존 항공기가 지상 수 킬로미터 상공을 날아다닌다면, UAM은 지상 300~600m 상공을 운행할 예정이다. 약 15m 길이의 기체가 도심 빌딩 위를 날아다니며, 공상과학 만화와 영화에서 보던 미래 도시의 장면이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버스, 지하철, 택시와는 다른 새로운 도심 교통체계의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UAM이 운행할 300~600m 상공은 기존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와는 전혀 다른 역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영역은 대기 경계층으로, 난류라는 복잡한 공기의 흐름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수 있다. 도심의 건물이나 주변 산악 지형, 중위도 저기압과 고기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UAM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기 경계층에서 일어나는 대기 난류의 흐름을 예측해 UAM의 운영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 경계층의 난류적 대기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기존의 기상예보 분야에서 다루지 않는 새로운 연구 분야이며 도전 과제이다.

기존에 이루어진 대기 경계층 연구는 지표면 열속의 상태와 상층 대기의 바람에 따라 형성되는 평균 구조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평균적인 경계층의 구조는 상층 대기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계 조건으로, 저기압 생성과 발달 예보에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대기 경계층에서 수 분 안에 일어나는 바람, 온도, 습도의 급격한 변화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하지만 UAM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대기 경계층의 평균 구조뿐 아니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난류의 세기와 이동을 예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연구 방향과 기상예보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한 때이다.

라이트 형제를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발전한 항공산업은 종관 규모의 기상예보를 위한 새로운 이론과 수치 모델 기반의 체계적인 예보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 새로운 개념의 항공산업인 UAM의 광범위한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에 맞춰 UAM 운영에 필수적인 기상예보 시스템도 준비되어야 한다. 기상학계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기 경계층의 복잡한 난류를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상학의 새로운 이론과 예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창의적인 과제를 꼼꼼히 수행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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