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주주의의 꽃, 유권자가 만든다
김희매 (사)대한민국유권자총연맹 이사장
선거는 주권 가진 유권자의 심판 행위
막대한 세금 소요되는 만큼 투표해야
총선 후보 자질과 능력 철저히 살펴야
가짜 뉴스·거짓 정보에 현혹되면 안 돼
공명·고품격 선거문화는 유권자들 몫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3월 28일 시작된 이후 전국이 선거 유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4·10 총선에서는 전국 42곳에서 재·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여야의 특권 쟁취를 위한 정쟁과 늦어진 총선 후보 공천, 불거진 이념 갈등 탓에 또다시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선거철을 맞아 늘 회자되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 대의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가진 권력을 특정인에게 부여하여 4년간 다스림을 받았다면, 이를 준엄하게 심판하는 것이 선거이다. 이는 곧 유권자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를 치르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투표와 개표 등 선거 관리를 위해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엄청난 선거 물품을 공급해야 한다. 지난 제21대 총선의 경우 8700만여 장의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3508개의 사전투표소, 1만 4330개의 투표소, 251개의 개표소를 설치했다. 여기에 TV 광고와 같은 선거 홍보 비용과 정당에 지급하는 선거보조금, 선거비용 보전 금액 등을 합쳐 총비용은 4102억여 원이 소요됐다.
그렇다면 선거를 치르기 위해 쓰는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두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 돈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투표를 통해 파생되는 가치를 살펴보자. 2023년 우리나라 예산은 638조 7000억 원이었다. 국회의원 300명이 4년의 임기 동안 운영해야 할 재정 규모는 2554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를 전체 유권자 수인 4399만 4247명(2023년 기준)으로 나누면 유권자 한 명에서 파생되는 투표 가치는 약 5800만 원이다.
이처럼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선거에 유권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임해야 할까?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정당별 정책과 후보자의 공약을 포함한 능력과 자질을 들 수 있다.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세부 기준은 경력, 학력, 전문성, 공적, 납세, 병역, 전과, 사회 공헌 등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2대 총선 특집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자세히 공개되어 있다.
선거가 임박한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은 혈연, 학연, 지연, 정당에 얽매이지 말고 후보자의 자질을 한 번이라도 꼼꼼히 살펴보자. 그리고 후보가 지역을 발전시키고 유권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의지와 자격을 갖추었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의지하는 선거 정보에 있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중요한 매개이다. 하지만 왜곡된 정보와 가짜 뉴스 등이 알고리즘에 의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유권자는 정보를 편향적,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그 판단 능력이 흐려지고 있다. 따라서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선거·정치 정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건강한 정치 소통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인 ‘선거·정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갖추어 거짓 정보들을 걸러내야 하는 것도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거는 정당과 후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유권자다. 유권자의 참여 없이는 선거의 정당성을 찾을 수 없으며, 선거 결과 또한 유권자의 선택으로 좌우된다. 선거 과정의 공정성 역시 정당, 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의 몫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유권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권자가 정책과 공약에 관심을 보일 때 선거는 정책 경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유권자가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불법 선거는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때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공정한 선거문화는 유권자가 중심이 될 때 정착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에 있어서 개인 한 사람의 주권 행사도 중요하지만, 함께 투표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선거문화는 나로부터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봄꽃이 만발한 4월 10일 전국에서 치러지는 총선이 ‘내가 만드는 공명선거, 우리가 만드는 고품격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