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SMR, 탄소제로 게임 체인저 될 수 있나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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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곳곳에 발전소 분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 R&D·산업생태계 조성
경남 창원에 글로벌 클러스터
기업 위한 기술지원센터 공모

2035년 세계 시장 650조 원
일체형 모듈화 통해 안전성 개선
원전 선진국 기술개발 전쟁 중

너무 비싸고 오래 걸리고 위험
경제성 없고 미래 불확실 비판도
분산에너지 수용성 극복이 관건

소형모듈원전(SMR)이 미래 에너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개발 중인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소형모듈원전(SMR)이 미래 에너지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개발 중인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i-SMR 단면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i-SMR 단면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연구개발(R&D)과 산업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S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경남 창원을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해외 팹리스 기업 설계를 국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처럼 전 세계 다양한 SMR 모델을 창원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며 “경남 창원이 반도체의 삼성전자와 같은 SMR 클러스터로 거듭나도록 지역 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건설이 쉽다는 점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원전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 전쟁이 한창이다. 물론 경제성과 안전성 논란이 여전하고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 안전성·효율성 대형 원전 대안 부상

SMR은 공장 제작형 모듈 기술을 활용한 300㎿e 이하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원전은 냉각 기능을 상실하면 노심용융 현상이 일어나고 수소 폭발로 이어진다. 대표적 경우가 후쿠시마원전 사고다. 대형 원전은 대형화에 따른 배관 등 각종 설비로 재해 시 방사선 누출에 취약한 구조다. 그런데 SMR은 일체형으로 방사선 누출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고 발생 시에도 원자로를 통째로 물과 같은 냉각재에 담아 식히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안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대형 원전은 원자로 열을 식혀야 하므로 바닷가에 건설해야 하는 공간적 제약이 있지만 SMR은 설계와 시공이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부지 접근성도 높다. 탄력적 출력 조절로 효율성도 확보된다. 이 때문에 발전용뿐만 아니라 열을 활용한 지역난방,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 해수 담수화, 우주개발, 그린수소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전 세계 상용화 위한 기술개발 전쟁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은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시장 규모가 66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원전 선진국을 중심으로 SMR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에서 80종의 SMR 개발이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민관 연합을 출범시키고 2030년 초 SMR 실용화 목표를 발표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뉴스케일파워, 홀텍, X-에너지 등의 기업이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도 10억 달러를 투자해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한 차세대 SMR 개발을 통해 2030년 발전소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부유식 해상 SMR을 운영 중인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육상 SMR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국내 혁신형 SMR 개발·산업생태계 조성

정부는 SMR 선도국 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독자 기술개발 △선제적 사업화 △국내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국책사업인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을 2028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예산도 전년 대비 9배 증액했다. 산자부는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공모에도 들어갔다. 보조기기, 로봇 활용, 3D 프린팅 등 3개 제작지원센터에 각각 100억 원가량 국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경남과 경북은 물론 부산도 도전장을 내는 등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부산시는 보조기기 분야에 신청하는데 주기기는 창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해도 보조기기의 경우 원전과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고 향후 원전 환경복원 산업과의 시너지도 감안하면 부산이 적지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부산상공회의소, 한국기계연구원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SMR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물론이고 현대건설, DL이앤씨, 삼성물산 등 국내 건설업계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 안전성·경제성 없다는 반론도 여전

탈핵경남시민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MR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너무 비싸고,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경남 창원 SMR 클러스터 구축은 아니면 말고 식 퍼주기 표심 잡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형 원전이 더 이상 세계 전력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비상이 걸린 원자력 업계가 돌파구로 들고나왔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뉴스케일파워가 아이다호주에 건설을 추진 중이던 SMR도 결국 경제성 문제로 지난해 좌초됐다는 사실이 그 근거로 등장한다. 환경단체들은 불확실한 미래인 SMR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게 아니라 현재 7%에 불과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분산에너지 실현 수용성이 성패 가른다

세계는 에너지 전쟁 중이다.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에너지, 특히 전기 수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증하는데 이에 어떻게 대비할지가 화두였다. 당장 국내에서만 해도 반도체 파운드리와 데이터센터 건설로 에너지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지만 현 기술 수준에서의 세계적 공감대는 ‘에너지 믹스’다. 미래 완전한 청정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가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탄소제로를 위한 SMR 등 기술적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정부가 SMR 연구개발과 산업생태계 조성에 뛰어든 이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미국은 대형 원전과 SMR 규제를 분리해 원전 비상계획구역도 반경 230m 정도로 대폭 완화했다. 우리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자부가 지난 1일 ‘SMR 규제 연구 추진단’을 설립하고 세부 시행안 마련에 나섰다. 이와 별도로 6월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SMR이 명시됐다. 부산과 같이 원전 밀집 지역에서 에너지를 대량 생산한 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송전선로 등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없애고 향후 지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법 취지를 달성하려면 수도권 곳곳에 SMR을 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SMR은 기술개발을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지역별 수용성이라는 벽을 또 넘어야 한다. 그 허들을 넘어설 수 있어야 진정한 미래 에너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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