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기본, 교훈은 덤…보석 같은 도시 ‘진주’ [겨울방학 추천 여행지]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세 대기업 일군 고장 승산부자마을
10월 개관 국내 첫 유등 전문 전시관
진주혁신도시 내 토지주택박물관 등
초중학생 자녀와 갈 만한 ‘필수 코스’

겨울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부모가 어린 초중학생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경남 진주시 실내외 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대기업 창업주 3명의 고향인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진주유등전시관 그리고 토지주택박물관이다.


청춘남녀가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전시1'에서 유등을 주제로 흐르는 미디어아트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청춘남녀가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전시1'에서 유등을 주제로 흐르는 미디어아트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

승산부자마을과 K기업가정신센터는 남해고속도로 지수IC에서 내리면 1~2분 만에 도착하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자동차로 가기에 편리하다.

승산부자마을은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가 300년 이상 사이좋게 살아 온 한적한 시골이다. 럭키금성(현재 LG, GS그룹) 창업주 구인회, 삼성 창업주 이병철 씨가 함께 다녔던 지수초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효성 창업주 조홍제 씨는 이들과 깊이 교류했던 사이였다. 그래서 이 마을은 ‘세 대기업을 일군 고장’으로 불린다.

경남 진주시 승산마을에는 대기업 창업주 생가 및 친척 고택이 즐비하다. 쿠쿠전자 창업주 구자신 생가. 경남 진주시 승산마을에는 대기업 창업주 생가 및 친척 고택이 즐비하다. 쿠쿠전자 창업주 구자신 생가.

승산부자마을에는 역사적 유물, 유적이나 아름다운 풍광은 없지만 각 창업주의 생가나 창업주의 후손 및 친척의 고택이 즐비하다. 각 고택은 문을 꼭 닫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그래도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면면히 흐르는 ‘부자의 기운’을 느껴 보려는 것이다.

K기업가정신센터는 승산마을의 역사와 한국 경제 발전사를 정리해 놓은 공간이다. 지수초등학교 역대 졸업생 명단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한국 기업사를 장식한 기업인 50여 명의 이름이 나열됐다. 엄청난 콘텐츠가 담긴 곳은 아니지만 초중학생에게 동기 부여의 기회를 주기에는 충분한 곳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고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이 기증한 경제전문도서관인 상남관이다. 모든 서적이 경제 관련이어서 이색적인 데다 도서관 내부가 매우 넓고 세련돼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한다.

경남 진주시 K기업가정신센터의 경제 전문 도서관인 상남관 전경. 경남 진주시 K기업가정신센터의 경제 전문 도서관인 상남관 전경.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진주남강유등전시관은 지난 10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유등 전문 전시관이다. 해마다 10월 말에 열리는 진주유등축제를 1년 내내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았다면 평소에는 이곳을 찾아가면 된다. 유등축제에 등장한 모든 유등을 전시하는 것은 아니어서 규모 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곳곳에 마련된 시설은 한 번쯤 둘러볼 만하다.

전시관 로비에는 대한민국 등 공모대전 역대 수상작이 전시됐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각 수상작은 유등축제 기간 중에 야외에서 보던 등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수상작 전시장 뒤에는 유등터널이 이어진다. 수백 개의 등불로 구성된 곳이어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딱 좋은 장소다.

한 관람객이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터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한 관람객이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터널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유등터널이 끝나면 ‘유등전시1’이라는 영상 공간이 등장한다. ‘희망의 강, 빛을 띄우다’를 주제로 삼아 화려한 유등 영상을 보여 준다. 그동안 유등축제에 등장했던 각종 유등을 미디어아트로 소개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이어지는 ‘유등전시2’에서는 ‘유등의 연원’을 주제로 유등의 유래와 의미를 알려 주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실내공간에서는 박선기 작가의 ‘물 위를 걷다’, 정진경 작가의 ‘나빌레라’, 박봉기 작가의 ‘호흡’ 같은 유등 주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전시1'에서 상영되는 유등 미디어아트 사진을 찍고 있다. 관람객들이 경남 진주시 유등전시관 '유등전시1'에서 상영되는 유등 미디어아트 사진을 찍고 있다.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옥상에는 유등카페와 유등공원이 마련돼 있다. 유등공원에는 유등축제에 등장했던 각종 유등이 전시됐다. 만화영화의 주인공 로봇태권V에서부터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 미국 액션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들과 ‘곤충들의 숲속 음악회’ 등이 공원 곳곳을 장식했다. 밤에는 유등에 불이 켜지기 때문에 낮보다는 저녁에 둘러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토지주택박물관

토지주택박물관은 진주혁신도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있는 시설물이다. 1997년 개관했으며 자료 5만여 점을 소장한 곳이다. 사실 처음에 이곳을 골랐을 때에는 효용성, 만족도에 반신반의했지만 직접 둘러본 뒤에는 초중학생뿐만 아니라 나이가 든 성인도 가볼 만한 가치를 가진 곳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토지주택박물관은 주택토지역사관, 기획전시실로 이뤄졌다. 주택토지역사관은 사진과 포스터, 실내 자재 등 각종 자료를 통해 토지주택공사가 서울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70여 년간 일궈온 성과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영단주택과 한강맨션아파트 재현 공간에서는 1960~70년대 아파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경남 진주시 토지주택박물관에 재현 전시된 일제 강점기 주택. 경남 진주시 토지주택박물관에 재현 전시된 일제 강점기 주택.

기획전시실에서는 ‘새로운 삶을 닮다’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를 보여 준다. 아파트의 탄생에서 진화와 발전 및 각종 생활문화를 사진, 영상, 자료를 통해 살필 수 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석유곤로, 연탄보일러, 관리실 인터폰, 분양 계약서 등이다. 가수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도 들을 수 있다.

‘집을 닮은 삶, 삶을 담은 집’이라는 제목으로 황헌만 기증 사진전도 열린다. 1970년대 주거문화가 급변하는 시기의 농촌, 어촌, 산촌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당시의 여러 집과 소중한 삶을 보여 주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경남 진주시 토지주택박물관에서 열리는 황헌만 사진전. 경남 진주시 토지주택박물관에서 열리는 황헌만 사진전.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