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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천동 골목 빵친구들, ‘빵타스틱’한 전국구의 꿈
부산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빵의 천국 ‘빵천동’이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은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빵천동'이라는 맛있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아예 수영구가 나서서 빵천동 빵집 지도를 만들어 배포했고, 지금까지 수영구 홈페이지 등에서 당당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빵집 지도에 따르면 수영구의 빵집 밀집 지역은 부산도시철도 남천역 3번 출구~남천동 벚꽃 거리~수영로 464번길까지 약 4㎞ 구간이다. 2017년 당시 수영구에 있던 빵집 30곳을 수록했다. 2023년에는 남천동 빵집 골목상권을 배경으로 오래된 동네 빵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웹드라마 ‘수영제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재 수영구에는 빵을 판매하는 카페까지 포함하면 빵집이 무려 8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그동안 남천동에도 빵집들의 생멸이 숱하게 교차했지만, 갈수록 힘들어지는 자영업 환경 속에서도 빵천동의 명성은 건재하다고 하겠다.
전국 빵 마니아들의 ‘빵지 순례’ 명소로 명성을 이어오던 빵천동에 올해 들어 반가운 변화의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 처음 열린 ‘빵타스틱 마켓 (PANTASTIC MARKET)’이 태풍의 눈인 셈이다. 빵타스틱 마켓은 골목 상권의 소규모 빵집뿐만아니라 언뜻 보기에 빵과는 무관해 보이는 식음료 업체까지 빵친구로 연결해 새로운 캐주얼 미식의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1회 ‘빵타스틱 마켓’은 지난 4월 20일에 처음 열렸다. 빵으로 한 땀 한 땀 만든 글자가 돋보이는 포스터와 색다른 행사 내용은 SNS에서 일찍부터 화제가 되었다. 1회 행사에는 듀스포레, 럭키 베이커리, 베이크웍스 같은 수영구 대표 베이커리와 일부 타 지역 베이커리를 포함해 디저트 브랜드, 커피 로스터리, 잼·청·샤퀴테리 등 30개 업체가 참여했다.
당시 빵타스틱 마켓은 빵을 깊이 있고 풍성하게 즐기도록 ‘취향 루트’로 구성한 점이 특색이었다. 자극 없이 부드럽고 순한 빵부터, 깊고 진한 풍미의 클래식한 빵, 식사가 되는 짭짤한 빵, 커피·수제 청·꿀 등 빵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페어링까지 방문객들은 네 가지 루트를 따라 걸으며 자신의 빵 취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빵타스틱 마켓이 개최된 장소가 실외 골프연습장이라는 사실도 화제가 되었다. 이날 하루 영업을 쉰 남천동 골프연습장 에브리싱글 골프앤라이프는 야외의 그린 위에 돗자리가 깔리자 근사한 소풍 장소로 변신했다. 참가자들은 가까운 시내 골프장 위에서 나들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인 시선커뮤니케이션의 집계 결과 1회 행사의 방문객은 808명이고 참가한 소상공인 60명의 만족도도 80%로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었다.
첫 회 행사의 성공에 고무된 주최 측은 두 달 만인 지난달 22일 같은 장소에서 제2회 빵타스틱 마켓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빵집, 전통주와 맥주 등 주류, 식재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참가업체가 45곳에 달했다. 1회에 비해 50%나 늘어난 숫자였다. 사실 셀러들의 참가비가 저렴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아틀리에 스미다 김태희 대표는 “참가비가 너무 저렴해 왜 그렇게 운영하는지 물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먼저 친구를 만들려고 한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라고 전했다. 참가업체들은 각자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빵타스틱 마켓 참가를 알렸다. 이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모두 합치면 18만 5000명에 달했으니 ‘뭉치면 산다’는 말이 실감 났다.
첫회 때의 ‘취향 루트’는 2회부터 ‘소반 봄’ 박민영 대표의 제안으로 ‘빵초장’ 개념으로 한층 더 발전했다. 부산의 초장집 문화는 손님이 직접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활어를 골라 구입한 뒤, 그 활어를 가지고 초장집으로 이동해 회를 뜨고 상차림과 매운탕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1980년대 초 수영구 민락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초장집 문화는 부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초장집 문화를 응용한 ‘빵초장’은 자기가 산 빵에다 마켓에서 파는 잼, 버터, 꿀, 시럽, 과일, 채소, 치즈, 사퀴테리, 오일 등 각종 재료를 올려서 어디서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맛있게 해주자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소금빵과 기장 멸치로 만든 안초비 오일, 사워도우 빵과 대저 토마토 바질 페스토, 크루아상과 수제맥주, 통밀빵과 전통주의 결합 등이다. 이걸 ‘백방으로 수소문하다’는 표현에서 착안해 ‘100빵과 빵친구(곁들임 음식 혹은 음료와 주류)’라는 슬로건으로 내건 것이다. 빵을 주식으로 먹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빵집에서 와인은 물론이고 각종 소스, 크림, 치즈 등을 다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흩어져 있던 빵집과 빵친구들을 연결하는 빵타스틱 마켓 같은 플랫폼이 필요했던 것이다.
럭키베이커리 김아람 대표는 “상업적으로만 만드는 기획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반면에 빵타스틱 마켓은 너무 재밌는 기획이다. 이처럼 재미나게 할 수 있는 기획들이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학생들이 골목 상권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빵타스틱 마켓에 참여해 직접 셀러들을 만나고 골목을 관찰하며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가진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이들이 지역과 골목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산을 떠나야겠다는 생각 대신 부산에서 뭔가를 해 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빵천동에서 열리는 빵타스틱 마켓과 빵친구들에 대한 관심은 이제 부산을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빵타스틱 마켓과 프로젝트 렌트가 서울 성동구 성수 산업혁신공간 ‘바스켓 성수’에서 개최한 ‘Bakeworks in Basket’ 팝업스토어가 그 시작이었다. 부산의 디저트 베이커리 베이크웍스와 부산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히떼로스터리, 베르크커피, 스트럿커피가 참가해 가지고 간 물량 전량 판매에 성공했다.
빵타스틱 마켓은 앞으로도 매달 한 번씩 부산 업체들을 교대로 서울 성수동에 올려보낼 생각이다. 또 빵타스틱 마켓에는 서울 한 대형 백화점의 협업 요청이 들어왔고, 부산관광공사는 관광 콘텐츠 파트너 후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빵타스틱 마켓은 지역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브랜드 홍보를 지원하기 위해 8월과 11월 등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빵타스틱 참가 업체 가운데 이미 서울에도 납품하고 있는 사워도우 빵의 선두 주자 ‘럭키베이커리’, 로컬 생산자 발굴에 앞장서고 있는 디저트 가게 ‘아틀리에 스미다’, 전통주를 수출하는 ‘꿀꺽하우스’, 독일이 고향인 맥주를 생산하지만 부산에서 향토기업으로 자리잡고 싶어하는 ‘툼브로이 주든’, 기장 멸치를 활용해 안초비를 만드는 ‘소반 봄’을 차례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와 꿈에 대해 들었다.
2025-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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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서 찾은 맛의 비결이 ‘빵빵한 내공’으로
“아이들이 맘 놓고 먹을 빵을 만듭니다”
■럭키베이커리
‘럭키베이커리’는 부산에서 사워도우 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빵집이다. 사워도우 빵은 대개의 빵집처럼 이스트(효모)를 사용해 빠르게 가지 않고, 천연 발효종으로 오랜 시간 발효시킨다. 덕분에 사워도우 빵에서는 산미와 함께 깊은 풍미가 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게다가 글루텐 분해가 일어나 소화가 잘되어 건강빵으로 불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 좋은데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번 이스트를 써서 만들다 보면 천연발효종으로 돌아오기 힘든 이유다.
역시나 럭키베이커리의 사워도우 빵은 평소 자주 먹던 빵과는 격이 달랐다. 식감은 꼭 고기를 뜯는 것 같았고, 먹고 나서 속도 전혀 부대끼지 않았다. 한번 맛보니 이내 다시 생각이 났다. 2020년 문을 연 광안종합시장의 럭키베이커리 앞에 빵을 사러 온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서는 이유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도 토·일, 일주일에 이틀만 문을 연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김아람 대표는 “빵을 배운 뒤 어디 가서 일해보고 싶었지만 어디서도 써주지 않아서 모든 걸 직접 해 볼 수밖에 없었다. 요령도 없이 혼자 하다 보니 빵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5일 일해서 빵 400개 만들어 이틀 영업을 하던 시절이었다. 지난해부터 2호점 ‘데일리럭키’를 1호점과 멀지 않은 곳에 매일 열면서 단골들의 불만은 다소 해소된 모양이다. 럭키베이커리는 서울에서도 빵 맛을 인정받아 서울의 가게에도 택배로 납품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아이 태명이 럭키였단다. 아이들한테 마음 놓고 먹으라고 할 수 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통하지 않았을까. 김 대표는 “우리는 식사빵이라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소스나 샐러드와 많이 곁들인다. 해썹(HACCP) 공장이 완공되면 서울에도 지점을 내고, 빵친구들과 함께 올라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럭키베이커리:부산 수영구 무학로49번길 71, 데일리럭키:부산 수영구 수영로540번길 7.
과일까지 사러 오는 디저트 전문점
■아틀리에 스미다
‘아틀리에 스미다’는 매달 제철 과일케이크를 1000개 이상 만드는 디저트샵이다. 아틀리에(작업실)라는 이름답게 ‘예쁘다’는 반응이 무조건 반사로 나온다. 디저트 계의 패셔니스타라고 할까. 스미다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은 블루베리 케이크를 꼭 먹어보라고 권했다. 너무 달지 않고 건강한 느낌이 드는 이 케이크를 먹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김태희 대표는 “이 블루베리는 금정산에 있는 농장에서 재배한 걸 가져와 사용한 것이다. 블루베리 같은 과일 원물의 맛을 잘 전하는, 최대한 편안한 디저트를 만들려고 한다. 나머지 재료들은 도와줄 뿐이다. 인위적인 단맛으로 누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금정산에서 블루베리가 자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김 대표는 과일이 어떤 날은 맛있고, 또 어떤 날은 맛없는 게 들어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가 농가를 직접 다니며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니, 어떤 과일은 꼭 산지에서 받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역의 좋은 재료를 찾아 발 벗고 나서다 보니 단골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그렇게 대저 토마토, 금정산 블루베리, 김해 쌀, 산청 딸기, 함양 멜론을 생산자와 직거래하게 되었다. 시장에서 맛있는 과일을 고를 때 알아야 하는 게 있다. 스미다의 파티쉐는 어떤 재배 방식과 처리 방식에 따라 과일이 맛있어지는지를 품종 품평회를 열어 알려 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케이크를 사러 왔다가 과일 맛에 반한 손님들이 과일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스미다는 블루베리, 멜론, 호박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산지 직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유명한 맛집이 되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에 기여도 하겠다는 꿈에 점차 다가가는 중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디저트는 먹어보고 좋아서 하는 선물이다. 부산에 오면 당연히 들러야 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게가 되고 싶다. 하지만 지역의 시장만으로는 너무 좁아 온라인 택배가 중요하다. 서울 등 타지역에서도 부산의 신선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도록 택배 용기를 개발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과정로41번길 20.
수출부터 외국 양조장 협업까지 도전
■꿀꺽하우스
‘빵타스틱 마켓’에 전통주가 포함된 점이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빵과 술은 모두 ‘발효’로 통한다. ‘꿀꺽하우스’는 젊은이 셋이 부산에서 뭉쳐 만든 신생 전통주 양조장을 겸한 브루펍이다. 꿀꺽하우스는 자체 양조한 전통주를 카페 같은 분위기의 매장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꿀꺽하우스는 젊은 도전 정신과 K-컬처의 인기를 타고 지역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꿀꺽하우스가 빚은 술이 이미 서울의 유명 한식 파인다이닝에 들어가고,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도 수출되었다. 이제는 광안리 매장을 찾는 손님의 평균 40% 정도가 외국인일 정도다.
맛보지 않고 술을 논할 수는 없다. 꿀꺽하우스는 모두 김해의 청년 농부 김연수가 계약 재배한 멥쌀로 술을 빚는다. ‘광안밤’은 광안리 밤바다를 연상하면서 빚은 모히토 같은 탁주다. ‘더덕캐냈네’는 부산을 대표하는 맛집 언양불고기와 어울리는 술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로 탄생했다. 이 술에서는 더덕 요구르트 같은 맛이 난다.
꿀꺽하우스의 최고 스타는 아무래도 ‘방정아 술’로 불리는 ‘욕망의 거친 물결’인 것 같다. 협업 전시 기념으로 만든 100병이 순식간에 소진된 뒤 정규 라인업으로 올라왔다. 드라이하고 산도가 높아 막걸리라기보다 내추럴 와인 느낌이 강하다. ‘내가 낸데’라고 뽐내던 이전의 모든 술 맛을 잠재우는 거친 물결이 순식간에 몰아쳤다.
미국 뉴욕의 전통주 양조장 ‘하나막걸리’와 협업한 새로운 술이 8월에 출시한다는 새 소식도 전해졌다. 최승하 대표는 “과거에 전통주 시장은 협소했지만, 지금은 외국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전통주 시장을 다르게 봐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제안한 결과가 곧 나온다”라고 말했다. 부산과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섞인 도시 뉴욕이 손잡은 술이 대체 어떤 맛이 날지 많이 궁금하다. 아마도 꿀꺽하우스의 크래프트(수제) 정신이 이 쌉쌀한 맛의 원천 기술인 것 같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 184-1.
독일이 고향, 하지만 우린 부산 향토기업
■주든
‘Flüssiges Brot(플뤼시게스 브로트)’는 독어로 ‘액체 빵’이란 의미로 맥주를 말한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에서 맥주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자 안전한 음료였다. 그래서 수도승들은 금식 기간에도 맥주로 허기를 채우고 영양을 보충했다. 빵타스틱 마켓에 맥주가 참가하는 이유가 있다.
‘주든(Süden)’은 독일 맥주 브루어리 ‘툼브로이’의 두 번째 브랜드이다. 2021년 동해선 오시리아역 근처에 문을 연 툼브로이는 ‘근본 있는 맥주’라는 평을 받으며, 부산 대표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자리 잡았다. 툼브로이는 1907년부터 안드레아스 마인트 가문이 운영해 온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안드레아스 씨가 한국인 부인을 만나며 툼브로이가 부산에서 새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툼브로이는 다 좋지만 부산 시내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독일 맥주 자체가 좀 심심한 편이라 색다른 맥주를 소개하려니 본사(?) 눈치가 보여, 2023년에 주든을 열게 되었다. ‘주든(Süden)’은 남쪽이란 뜻으로, 마스코트도 남쪽에 있는 제일 귀여운 아이인 펭귄이다.
주든은 힙하기보다는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가족 단위로 와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제 맥주 한잔하고 가라는 의미다. 바 서비스도 해서 혼자 맥주를 마시기에도 좋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는 라거 맥주 헬레스, 부드러운 독일 남부식 밀맥주 바이스, 일명 호밀빵으로 불리는 로겐 등을 맛볼 수 있다.
음식은 툼브로이보다 더욱 다양해졌다. 독일의 국민 음식으로 불리는 커리부어스트(독일소세지와 감자튀김)가 대표적이고, 유럽에서 즐겨 먹는 스튜인 굴라쉬는 럭키베이커리의 사워도우 빵과 함께 제공한다. 육개장 라면을 넣은 이색 메뉴인 굴라쉬 라면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수봉 공동대표는 “툼브로이와 주든을 빨리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부산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아 향토 기업처럼 오래 가는 회사가 되고 싶다. 부산 기업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빵타스틱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 202 2층.
산초 올린 이 빵 맛을 어떻게 설명하나…
■소반 봄
‘소반 봄’은 부산 동구 초량에 있을 때 좋아했던 가게다. 어느 날 기장으로 옮겨가 멀어지는 바람에 조금 섭섭했었다. 식재료가 이유였다. 기장은 먹을 게 많은 동네라, 원물(原物) 욕심에 기장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박민영 대표는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려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기장에서 농사도 짓고 계약재배도 한다. 같은 기장 쪽파도 밭마다 다르게 키우는 모습을 보고, 제일 좋은 밭에서 나는 것을 쓸 수 있어서 좋단다. ‘소반 봄’의 스마트 스토어에서 기장멸치 안초비, 보라성게알, 기장멸치 청양고추조림 등이 인기 있는 이유다.
‘빵초장’이 궁금해 찾아갔더니 박 대표가 직접 시연해 줬다. 빵 위에다 무염 버터, 그 위에 올려진 게 절인 청산초다.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버터로 살짝 순화시킨 산초 맛이 폭발하면서 입안 가득 향긋해졌다. 산초를 깨뜨려 먹는 게 포인트다. 산초는 경상도와 전라도 같은 남부 지방에서 즐겨 사용하는 향신료다. 추어탕에 넣을 줄만 알았지 빵과 곁들여 먹을 생각은 꿈에서도 해 본 적이 없다. 산초에 낯선 서울 사람들이 이 맛을 보면 얼마나 놀랄지 모르겠다. 살구 콩포트(Compote)를 올린 빵은 성게알 초밥 같은 느낌이 난다. 콩국수에는 소금을 넣는 대신에 오이지를 올렸다. 이 계절에 흔한 게 오이인데, 오이지 콩국수는 간도 맞고 오이 향이 배어나 ‘엄지척’이다.
소반 봄은 지난해 기장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입한 미역, 멸치, 쪽파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해 즉석에서 건강한 한 끼의 상차림 식사를 제공하고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초장집을 2주간 열었다. 이 초장집이 빵으로 옮겨가면서 빵초장이 탄생한 것이다.
박 대표는 “멸치 배가 들어왔다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 뛰어간다. 멸치를 털기 전에 뜰채로 제일 좋은 거만 떠서 가져와 밤을 새서 안초비를 만든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아침에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당일 주문이 들어온 만큼만 만들어 판매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일광읍 문오성길 487. 글·사진=박종호 기자
2025-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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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비우고 공감으로…채식 바람이 분다
‘채식주의자’ 때문에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2007년 <채식주의자>가 출간되었을 무렵이었다. 한강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설의 기괴함에 놀랐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다들 놀랐겠지만 하필이면(?) 문학 담당 기자라 더 많이 놀랐다. 한국 작가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는 올해 초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연구 발표를 보고 나서였다. 인류의 조상은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였다는 새로운 사실이 들어 있었다. 350만 년 전 남부 아프리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7명의 치아를 질소 동위원소로 분석한 결과였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이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래 인류가 채식만 먹었다면 육식을 더 즐기게 된 오늘날의 우리는,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채식 트렌드에 발맞춰 국내 채식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새 10배나 증가했다. 현재 채식 인구는 전체의 4% 수준인 25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10대와 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기에 학교 급식을 통해 채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채식이 트렌드가 된 이유는 크게 건강·동물보호·환경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은지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논쟁이 많지만 동물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부분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지난 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불살생(不殺生) 채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그랬다. 한국채식연합·한국비건연대 등 5개 시민 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생명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배려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 장산 중턱에 위치한 대원각사 주지 안도 스님은 2011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물 천도제를 연다. 부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기도 한 안도 스님은 “불교는 만물에 불성이 있다고 본다.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존엄성도 느껴야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18%를 차지해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채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채식만 하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그중 하나다, 과연 그럴까? 82세의 폴 매카트니는 지난 1월 첫 내한 공연을 열고 3시간 동안 공연을 이어가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체력의 비결로 채식을 꼽았는데, 알고 보니 1975년부터 무려 50년간 채식을 해 오고 있었다. 2024 시즌 KBO 역대 최고령으로 홀드왕에 오른 SSG 랜더스 투수 노경환은 2019년부터 몸 관리를 위해 채식을 한다. 체력 좋기로 소문난 테니스 선수 세레나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도 채식주의자다.
지난 2011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는 75세의 ‘소녀 할머니’ 양송자 씨가 출연해 고운 피부와 목소리로 검색어 1위에 등극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당시 양 씨는 “20년간 채식으로 악성 알레르기를 완치한 것은 물론이고 검은 머리가 나고, 눈이 좋아지고, 끊겼던 월경까지 다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부산의 비건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을 찾아가 최태석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 3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양 씨가 그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청소년 서점 ‘인디고 서원’이 오랜 기간 공들여 채식 식당 에코토피아를 운영하는 이유도 알아보기로 했다.
부산에서는 2021년에 발품을 팔아 부산 지역 채식 식당을 꼼꼼하게 소개한 ‘부산 비건 지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올 정도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부산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 채식 식당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게적인 정보 제공이나 로컬 채식 메뉴 개발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2025-05-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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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 바꾸는 채식, 제로웨이스트까지 이어져
■오늘 하루 완벽하셨나요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이 2007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전부터 신기하게 생각됐다. 지난해 허아람 대표가 “서점의 일을 부엌으로 끌어와 채식 식당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영혼을 나누는 문화 기획을 늘려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던 기억도 났다. 대체 채식이 뭔지 궁금해졌다. 에코토피아의 구글 평점은 4.7로 상당히 높았다. 에코토피아의 메뉴인 채식 카레, 어린잎 두부 비빔밥, 브로콜리 버섯 덮밥, 두부 스테이크, 채소 그라탕, 토마토스파게티, 사계절 샐러드는 가격이 1만~1만 8000원으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이 있다는 평이다.
허 대표는 2006년 스웨덴의 한 채식 식당에 갔던 경험이 에코토피아를 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벽에 굶주린 아이의 사진 한 장만 덜렁 걸린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토론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돌아와 한 달 만에 채식 식당을 열었다는 것이다. ‘나락 한 알에 우주가 있다’는 장일순 선생의 사상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화분 옆 바구니에 각 나라에서 온 손님들이 보내온 편지가 수북이 쌓인 걸 보면 그런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초에는 한 미국인 손님이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이곳이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며 손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보내왔단다.
에코토피아는 지난 3~4월 ‘삶을 위한 레시피5’라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영화 감상의 날’에는 생태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보고, ‘요리가 있는 날’에는 지구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채식 요리를 만드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해 봐야 채식이 이해될 것 같았다.
지난달 2일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본 뒤 9일 ‘아름다움은 바로 여기, 가까이에’라는 이름으로 ‘그린 채식 페스토 스파게티’를 만드는 시간에 참관을 신청했다.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신청자 9명이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시작은 에코토피아 앞 텃밭에서 바질, 고수, 샐러리, 상추 따기였다. 도심 속 텃밭에서도 우리가 먹을 만큼 채소가 잘 자라고 있었다.
영화 이야기로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오늘 하루 퍼펙트하셨나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은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늘 너무 바빴지만 중간중간 아름다운 꽃도 보고 느끼고 해서 행복했다”는 어느 분의 대답에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은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고, 음반 가게에서 음반도 고른다. 그런데 우린 이제 알고리즘이 알아서 모든 걸 가져다주는 세상에 살고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려는 세상이다”라는 한 참가자의 영화 감상평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삶은 완벽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데, 어떻게 ‘퍼펙트 데이즈’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린 채식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금 전 텃밭에서 딴 채소가 아낌없이 들어갔다. 못다 한 영화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가 양념처럼 쏟아졌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직장을 마치고, 아이들 밥을 차리고 모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의 밥’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채식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자원을 보호)와 함께 간다. 이날 참석자 중 심플리파이 김상원 대표는 채식을 하다 제로웨이스트 가게까지 열게 되었다고 했다. 뜻밖으로 음식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다. 채식은 삶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우유·버터 없이 빵이 되나요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뭐 먹고 살아?”이다. 생각보다, 아니 생각을 바꾸면 세상에 먹을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 최태석 셰프가 쓴 <시작하는 비건에게>이다. 이 책은 도시락 메뉴가 고민인 날, 술맛 돋우는 안주가 필요한 날,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은 날, 힘이 딸리는 날, 길거리 간식이 당기는 날 등 11가지 상황에 따른 104가지 채식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일상 식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이 신기할따름이다. 비건 스시는 모던한 예술 작품이었다. 보쌈, 장어덮밥, 수제두부패티버거, 어묵탕까지 채식으로 가능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최 셰프는 군대를 다녀온 뒤부터 지금까지 36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비건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이하 꽃사미로)’을 운영하는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꽃사미로’는 채식주의자들의 성지(聖地)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 최 셰프가 함께 운영하는 비건 전문 ‘3월의 학교’를 거쳐간 학생들이 연 채식 빵집이 전국적으로 100곳도 넘기 때문이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꽃사미로는 외관은 평범했지만 여러 모로 많이 달랐다. 영업을 금·토·일, 일주일에 3일만 한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빵은 트렌드에 민감해 나머지 3일 월·화·수는 연구개발만 한다고 했다. ‘수입밀로 빵을 굽지 않습니다. 비료와 살충제 없이도 잘 자라는 토종 앉은뱅이 밀로 빵을 만듭니다. 첨가물 없는 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연구합니다.’ 빵집 외벽에는 보기 드문 ‘셰프 선언문’이 붙어 있었다.
비건 빵은 유제품과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는 빵이다. 이곳을 찾아가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우유, 버터, 생크림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최 세프는 처음에 빵을 배우러 제과점에 들어갔을 때 오너셰프가 달걀을 깨는 일을 시키자 곧바로 유니폼을 벗고 나왔다는 일화부터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국내에서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건 빵을 만들겠다는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버터 대신에 고소한 현미유를 쓰고, 생크림 대신 바닐라와 코코넛 밀크로 만드는 식으로 해서 세월이 지나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진짜 맛있는 빵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었단다. 사람들은 그가 여는 가게마다 비건 빵집인지는 몰라도 맛있는 빵집이 생겼다면서 용케도 알고 찾아와 줄을 섰다.
채식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지금은 대기업의 협업 제의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N사와는 비건 치즈를 함께 만들었다. “비건 치즈를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쓸 수가 없다.” 최 셰프의 조언에 따라 연구해서 만든 치즈가 시판되고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비건 시장을 겨냥해 국내 기업들도 라면, 김치, 만두 등 K푸드를 비건화해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 세프는 일찍부터 명상을 하다 채식을 하게 되었고 아내인 임은주 대표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꽃사미로 옆에서 비건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은 책방 ‘비비드’를 3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꽃사미로는 ‘논비건’ 고객이 대부분일 정도로 채식을 일부러 내세우지는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생활 속에 스며들도록 비거니즘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임 대표는“육식으로 인해 가축들의 배설물이 엄청나게 나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채식에 도전하면서 기후 문제에도 관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미식 도시가 되려면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은 채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눈을 뜬 지 오래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 점심에 구내식당에서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창원시는 월 2회 실시하던 채식의 날을 2023년부터 월 3회로 확대했다.
경남교육청은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 월 2회 채식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경남 김해시, 진주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등의 지자체는 한 달에 1~2회 ‘채식의 날’을 정해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2025~2026년을 ‘강원 방문의 해’로 정한 강원도는 발 빠르게 비건 여행객 유치에 나섰다. 강원관광재단 관계자는 “비건은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건 어게인’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비건 여행 수요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부산에서는 지역 채식 식당을 꼼꼼하게 소개한 ‘부산 비건 지도’가 민간 차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미식 관광도시를 꿈꾸는 부산시는 채식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돼지국밥과 생선회, 밀면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음식을 그대로 채식주의자에게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이현우 씨는 자신의 브런치 스토리에 “부산의 로컬 비건 음식이 있으면 좋겠다. 부산처럼 비건 음식점이 많지 않은 도시라면, 지자체나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별도의 안내나 도움이 필요하다. 해초비빔밥 같은 부산에서 나는 식물성 해산물로 요리한 비건 음식이 나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한 때이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5-0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