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휘는 ‘고환율’…원인은 통화량? GDP 대비 M2 美 ‘2배’
일본 외 주요국 중 최고
新기준 M2 적용해도 큰 차이
한은 “통화량 과도하지 않아” 해명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부의 개입 이후 잡히는 듯 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잡히지 않는 원인으로 증가한 통화량을 지목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수 회복과 부동산 경기, 금융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막대한 돈을 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 통화(M2) 비율은 153.8%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M2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한 한은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을 때 도출되는 값이다. 종전 기준에 따른 GDP 대비 M2 비율은 167.5%로 더 높았다.
한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분기 100.1%로 100%를 넘어선 뒤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2009년 3분기 110%, 2015년 3분기 120%, 2019년 3분기 130%, 2020년 2분기 140%를 차례로 넘었고, 코로나19 때인 2021년 2분기 150%를 처음 웃돌았다. 이어 2023년 1분기 157.8%로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듬해 4분기 151.6%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M2 비율은 미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GDP 대비 M2 비율은 지난해 3분기 71.4%에 그쳐,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19 직전 60%대에서 2020년 2분기 90.9%로 가파르게 치솟았다가 2022년 4분기 이후 다시 80%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의 수치는 다른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로 지역의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M3 비율은 108.5%로 집계됐다. 유로 지역은 광의 통화량을 M2가 아닌 M3로 표시한다. 영국(광의 통화량을 M4로 표시)은 지난해 3분기 105.8%로 유로 지역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저성장에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온 일본(M3로 표시)의 경우 지난해 3분기 243.3%에 달했다.
M2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한국이 주요국보다 높다. 한국의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5.2%로, 미국(4.6%), 유로 지역(3.1%), 영국(3.6%), 일본(1.1%) 등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종전 기준에 따른 한국의 M2 증가율 역시 8.7%로 더 높았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에 통화량이 과도하게 풀려 환율이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중에 원화가 너무 흔해져서 가치가 하락했다는 논리다.
반면 한은은 환율 상승이 서학개미 등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서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장기 추세와 비교해 통화량이 과도하게 늘지 않았으며, 통화량 증가만으로 최근의 원화 약세나 자산가격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에 비춰 통화량으로 측정되는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율이나 집값이 유동성만으로 올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