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체와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쌓은 신뢰는 성공의 필수 조건" [도시 부활, 세계에서 길 찾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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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마리누치 사무국장 인터뷰

"삶·문화 지키며 경제성도 향상
주민들 힘으로 브랜드 가치 높여"

리틀 이탈리아 재개발회사 조 마리누치 사무국장. 리틀 이탈리아 재개발회사 조 마리누치 사무국장.

‘리틀 이탈리아 재개발회사’(LIRC)의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인 조 마리누치 씨는 그 스스로가 1956년 이 지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 이민자다. 3년 전 ‘뿌리’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LIRC에 합류한 그는 “모든 사람과 협력하면서 주민의 삶과 생활, 놀이 문화를 균형 있게 개선해 나가려 노력했다”면서 ‘지역 공동체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쌓인 신뢰가 LIRC의 활동 기반이었다고 강조했다.

마리누치 씨가 인터뷰 중 자주 언급한 단어는 ‘균형’이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리틀 이탈리아의 축제와 유명 레스토랑을 알고 있지만, 그 지역이 수십 년 간 대를 이어 사람이 살아온 사람들의 주거지라는 인식은 약하다”면서 “변화의 압력 속에서 전통을 유지하면서 그 곳의 사업체와 레스토랑으로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역적 특수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랜 거주민들이 급격한 변화에 불편하지 않고, 그들의 삶의 루틴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완성한 ‘디자인 가이드 라인’에 대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선’을 지키기 위해 주민, 투자자, 상인, 예술인, 시 관계자 등이 치열한 논의를 거친 끝에 만든 결과물이며, 시로부터 조례에 준하는 지위도 인정받았다”면서 “통일적인 건축을 통해 지역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방안을 주민 손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마리누치 씨는 이런 과정이 클리블랜드 리틀 이탈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난 6월 발표한 ‘미국 내 8대 리틀 이탈리아’에 클리블랜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들과 함께 포함됐다. 그는 “이런 일들이 쌓여 우리 지역을 좀 더 방문객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누치 씨는 LIRC가 각종 난제들을 헤쳐 나온 원동력으로 ‘소통의 힘’을 언급했다. 그는 “지역 내 블록 클럽(소규모 커뮤니티)들과 매월 정기 모임을 갖는다”면서 “여기에 투자자, 시 관계자, 상인 등을 다양하게 불러 동네의 모든 문제와 개선점을 터놓고 논의하니 주민들도 우리 방식에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리누치 씨는 “많은 사람들이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개발해야 지역 경쟁력을 높아진다고 여기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쉽지 않은 길이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전국의 방문객은 늘고 있고, 상권의 매출액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성공적이라고 할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클리블랜드(미국)/글·사진=전창훈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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