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업계 “건설 대기업에 또 휘둘려선 안 돼” [6년 늦어진 가덕신공항 개항]
84개월로도 충분히 공사 가능해
대기업에 끌려가는 모습 아쉬워
재입찰에선 정부가 중심 잡아야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전경. 김경현 기자 view@
국토교통부가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106개월로 재추산해 재입찰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지역에서 불필요하게 공기를 연장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도 연약 지반 공사 등을 공기에 맞춰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국토부가 건설 대기업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24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재입찰 소식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건설사들로부터 받아들인 공기 연장안(84→106개월)은 과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건설업에 종사한 관계자들끼리의 모임에서 여러 차례 토의를 했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기존 84개월로도 충분히 공사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며 “10여 년 전과 달리 연약 지반 안정화 등은 신속하고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지역에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 건설사 임원은 “가덕신공항은 입찰에서부터 4차례나 삐걱거렸다. 컨소시엄 대표사에게 국토부가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며 “재입찰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중심을 잡아서 건설 대기업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역시 여러 공정에서 현대건설 안보다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국토부에 전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역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실기를 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국내에서 건설업을 하는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건설 대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갑의 위치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전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앞선 컨소시엄에서는 주관사였던 현대건설이 발을 뺐고, 두 번째로 지분율이 높았던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HJ중공업 등이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
이 외에 금호건설·HL D&I한라·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 등 중견 건설사 8곳이 컨소시엄 지분 4%씩을 들고 있었다. 부산과 경남 지역 건설사는 14곳이 참여했고, 이들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1%다. 사업비만 10조 원이 넘는 ‘메가 프로젝트’이기에 컨소시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중견, 지역 건설사 외에 건설 대기업의 추가 참여가 필요한 실정이다.
지역 건설사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지역 건설사 지분율이 좀 더 확보된다면 지역 경제에 보다 직접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무리하게 지역 지분을 요구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축해 공정을 제대로 운영하는 일이 우선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