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줄이고 보조금 경쟁 안 하는 통신 3사 현금 쌓인다
통신 3사 지출 줄이기 전략…현금 보유 능력 ↑
소비자 후생 아닌 주주 환원 정책 확대 가능성
사진은 서울 광화문 KT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해킹 충격’에도 불구하고 내년 이후 통신 3사의 ‘현금 보유’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의 경우 2027년이 되면 10조 원이 넘는 현금을 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5G 투자를 끝낸 통신사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피하면서 현금만 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들이 주장하던 투자 확대도, 정부가 주장하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에 따른 보조금 확대도 ‘헛구호’가 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 이어 KT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유심(USIM) 교체, 손실 보상, 과징금 처분 등으로 비용 지출이 늘었다. SK텔레콤은 5000억 원 규모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고 1348억 원 규모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KT도 유심 교체 비용이 9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해킹 피해에도 불구하고 통신 3사의 현금성 자산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가 설비투자를 계속 줄이는 데다 보조금 확대에도 소극적인 탓이다. SK텔레콤은 3분기 설비투자가 4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4610억 원) 대비 0.9% 줄었다. KT 역시 3분기 설비투자가 4837억 원으로 전년 동기(4551억 원) 대비 6.3% 줄었다. LG유플러스도 3분기 설비투자가 4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4481억 원) 대비 2.2% 줄었다.
통신 3사의 설비투자 감소는 AI와 보안 투자 확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수치여서 이례적이다. 통신 3사는 AI 데이터센터(DC) 확대에 나서면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한 울산 AI DC 투자 비용이 반영돼 2분기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63.6% 증가한 바 있다. 2분기 6350억 원을 기록했던 SK텔레콤의 연결 기준 설비투자액은 3분기에 4000억 원대로 떨어졌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감소를 기록했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 확대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단통법을 폐지하면 통신사들이 보조금 지급을 확대해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통법은 지난 7월 폐지됐지만 통신사들은 보조금 경쟁을 피하는 모습이다. 여명희 LG유플러스최고재무책임자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FO/CRO)는 지난 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통법 폐지로 경쟁 심화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안정 국면에 접어들며 완화된 흐름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3분기 지급수수료·판매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다. KT는 판매비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지만 단통법 영향이 아닌 SK텔레콤 해킹 사고에 따른 ‘가입자 끌어오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가 이처럼 ‘지출 축소’에 집중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 분양 수익 등으로 현금 흐름이 개선된 KT의 경우 올연말에 현금성 자산이 3조~4조 원 대의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의 현금성 자산은 2022년 2조 4491억 원에서 지난해 3조 7167억 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KT의 현금성 자산이 올해 4조 6700억 원으로 늘어나고 2026년에는 8조 700억 원으로, 2027년에는 11조 127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KT의 현금성 자산이 2025년 3조 2267억 원, 2026년 4조 9737억 원, 2027년 6조 2719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BK투자증권도 KT 현금성 자산을 2025년 4조 2600억 원, 2026년 4조 7790억 원, 2027년 5조 37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해킹 충격을 입은 SK텔레콤 역시 현금성 자산 증가 전망이 많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이 2025년 1조 9430억 원에서 2027년 6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도 SK텔레콤 현금성 자산이 2025년 3조 5107억 원에서 2027년 5조 2713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유플러스도 현금성 자산이 2025년 2조 원대에서 2027년 6조 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통신 3사의 현금 쌓기는 소비자 후생 확대보다 배당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KT에 대해 “풍부한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