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서 장수수당 수령?… 노년층 속이는 유튜브 믿지 마세요
“전국 지자체서 수당 신청 가능”
일부 가짜 영상 조회수 39만 회
부산 지자체 지급하는 곳 없어
“노인 디지털 교육 강화” 지적도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전국 지자체에서 각종 복지수당을 수령할 수 있다’ ‘시내버스가 무료로 전환된다’ 등의 허위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 속은 주민이 행정 기관을 직접 찾거나 전화로 문의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에 ‘7월부터 바뀌는 어르신 복지 혜택’ 등의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이달부터 부산을 포함한 전국 주요 지자체에서 효도수당과 장수수당을 지급하기에 각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효도수당은 3세대 이상 가정이 한 주소지에 거주할 때 지급되는 복지 수당이다. 장수수당은 특정 연령대가 됐을 때 일회성 혹은 매년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수원시,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해당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영상들은 주로 노인 관련 정보를 다루는 채널에 올라오는데, 일부 영상은 조회 수 39만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영상 댓글창에는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그러나 이날 기준 부산에는 효도수당과 장수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없다. 허위 정보가 공유된 셈이다.
영상에 속은 노인들은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문의를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잇따르는 문의에 응대하는 탓에 정상적 업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답했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 장수, 효도수당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유튜브에서 그런 내용이 퍼지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75세 이상 고령층에 한해 부산 시내버스가 무료로 전환된다는 황당한 정보도 유튜브에서 공유되고 있다. ‘부산 어르신 교통카드’를 발급 받은 75세 이상 노인은 시내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시내버스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 “유튜브 때문에 최근 시내버스 무료에 대한 민원을 자주 받는다”며 “울산이 이달부터 75세 이상 어르신들에 대해 시내버스 승차를 무료화한 것과 관련해 부산에서도 이를 시행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AI로 제작된 위 영상들은 완성도가 낮고 조잡하며, 아나운서와 기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형식을 취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청자가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주로 보는 채널에서 허위 정보가 양산돼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최소한의 정보를 판단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노인들은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취득하는데, 유튜브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정보 범람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한 디지털 교육도 앞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