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항공기 관련 사고 잇따라
지난해 기내 화재 발생 5건 기록
항공사 자체 매뉴얼 의존엔 한계
전자제품 관련 규정 공론화 시급
별도 용기 보관 필요성 등도 부각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기내 선반에서 시작됐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설치된 부치는 짐(위탁수하물) 탁송 금지물품 안내목록에 휴대폰 보조배터리 등이 표시돼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와 관련,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해발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기내 뒤편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뒤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이 이어졌다. 한 현직 기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반 안에 있던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수하물에서 불이 났거나 화장실 내 흡연,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원인이 좁혀진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됐던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보조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 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충북 청주흥덕)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당시에는 여객 편수가 적어 거의 없던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2023년에는 6건, 지난해 1~8월엔 5건을 기록했다. 항공사별로는 2020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대한항공 4건을 비롯해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2건, 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각 1건 등이었다.

이후에도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에서 연기가 발생해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연기를 진압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다. 지난해 2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이 보조배터리 화재로 인해 홍콩으로 긴급 회항했다. 같은 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는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가 터지면서 불이 좌석에 옮겨붙었고,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항공 위험물 운송 기준에 따르면 리튬배터리가 장착된 카메라나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장비의 경우 리튬메탈배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면 위탁수하물로 부치거나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 항공사의 승인에 따라 항공기 반입이 가능하다. 보조배터리와 관련해선 리튬메탈배터리는 리튬 함량이 2g 이하, 리튬이온배터리는 100Wh 이하인 경우 기내 휴대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전자기기 상당수가 생활 필수품으로 반입 금지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안전 기준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공사들마다 별도로 보조배터리 화재 관련 진압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조처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조배터리 등 전자제품에 대한 규정을 공론화해 사고 방지에 적극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 생산 단계부터 적용할 수 있는 국제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항공사 차원에서 국제 안전 기준을 강화할 수도 있다. 라이터와 마찬가지로 휴대할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신라대 항공서비스학과 최판호 교수는 “별도 투명 용기에 보관하는 등 보이게 반입하는 것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