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사망자 급증 속 화장장 ‘대란’
호흡기 질환 사망자 증가 추세
부산영락공원 화장 예약 ‘만석’
부득이 5일 장례 선택하기도
화장로 가동 횟수 늘려도 부족
독감 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부산 화장장에서 예약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영락공원은 임시방편으로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렸지만 역부족이다. 화장장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4~5일 장을 치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화장 원정’까지 떠나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화장 예약은 다음 달 1일까지 완료된 상태다. 부산의 유일한 화장시설이자 공설장사시설인 부산영락공원은 하루 최대 91구를 화장하고 있지만 이미 이틀 뒤 예약까지 꽉 찬 상황이다.
실제 화장 건수도 매주 증가하고 있다. 부산영락공원 1주일 화장 건수는 지난 6~12일 524건에서 지난 13~19일 55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26일 부산영락공원 화장 건수는 629건으로, 지난해 평균 490건보다 약 28% 더 많았다.
화장시설 포화 원인으로는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 중인 호흡기 질환이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11일 인구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86.1명을 기록했다. ‘역대급 유행’이었다는 2016년 86.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호흡기 질환까지 유행 중이다. 지난 5~11일 전국 의료기관에서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로 입원한 환자 수는 477명이다. 코로나19 등 다른 호흡기 질환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가피하게 5일 장을 하는 유족도 늘었다. 21일 부산영락공원에서 치러진 장례 중 3일 장은 약 2%, 4일 장 약 27%, 5일 장 약 69%다. 5일 장 이상으로 장례가 길어지는 경우도 일부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일 장을 치르는 비율이 60%에 달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화장장이 포화 상태를 보이면서 화장장을 찾는 유족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고생이다. 인근 울산과 김해 화장장을 이용해 ‘원정 화장’을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화장로 가동 횟수를 늘렸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부산시와 부산시설공단은 지난 21일부터 부산영락공원 화장로 가동 횟수를 13회까지 확대했다. 다만 화장로 가동 횟수를 더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화장할 때 화장로 내부 온도는 약 700~800도까지 올라간다. 고열이 발생하는 만큼 다시 냉각하는 과정에서 내부 화로와 벽돌 등 설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이를 무시하고 화장로를 초과해서 가동하면 고장과 노후화도 그만큼 빨라진다.
직원들도 초과근무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원래 부산영락공원 화장장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4시까지 근무했다. 그러나 최근 화장로 가동 횟수가 늘어나며 마지막 화장이 끝나면 오후 6시 40분이 된다. 뒷정리와 마감 시간을 포함하면 약 3시간가량 연장근무를 하는 셈이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근무 시간 연장으로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며, 더 이상 가동 횟수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겨울철 감염병 유행이 계속된다면 고령 인구가 높은 부산에선 장사시설 포화가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영락공원 관계자는 “화장로 개수가 정해져 있으니 최선을 다해 화장 횟수를 늘려도 포화 상태가 한 번에 해결되긴 쉽지 않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현재 15개인 부산영락공원 화장로가 적어도 20개 정도로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