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헌재, 윤 불참 속 진행
“헌법의 적” “부정선거 의혹”
국회-대통령 대리인단 격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두번째 변론기일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이미선(왼쪽부터), 문형배, 김형두 헌재 재판관들이 심판정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실질적인 첫 변론기일이 16일 열렸다. 전날 윤 대통령 측이 변론기일 변경 신청을 낸 것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탄핵심판을 진행했다. 탄핵 법정에서 국회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며 향후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첫 번째 변론기일은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4분 만에 종료됐다.

국회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은 소추의결서 요지를 진술하며 탄핵소추안 인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 윤석열은 헌법을 수호하기는커녕 헌법을 유린했다”며 헌법과 법률 위반 내용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탄핵 사유는 △계엄 조건 위반 △계엄 선포 절차 위반 △국회 기능 침탈 △계엄포고령 1호 1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탈·사법부 인사 체포 구금 시도 등 다섯 가지다. 정 위원장은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어록을 인용하며 “헌법의 적, 민주주의 적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도록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피청구인을 파면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 김진한 변호사는 “국헌 문란 행위는 단순히 국가기관을 침범하는 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균형적인 시스템을 파괴하는 자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을 역설했다. 배진한 변호사는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부정선거에 대한 제보를 많이 받았고 의혹이 많았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의혹을 밝히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스템 해킹, 조작 가능성 의혹에 대한 국정원의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사전 투표의 조작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헌재 천재현 부공보관은 이날 오전 정기 브리핑에서 “피청구인 측에서 변론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헌재는 이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윤 대통령 측은 체포된 상태에서 변론기일 출석이 불가능해졌기에 이날 열리는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