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주택금융공사 공공계약, 올해 부산 몫 1%도 못 채웠다 [부산을 산다 부산이 산다]
① 공공기관 책임 다하나
480개 정부·국가 공공기관
지역업체 수주액 평균 25%뿐
부산시·지방 공공기관은 63%
“역내 입찰 확대 위한 방안 논의”
부산시가 지난 2월 10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140개 기관과 ‘지역상품 구매 확대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지역상품 구매 확대를 핵심 경제 정책으로 설정한 것은 부산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어도 그 효과가 지역 중소기업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 첫 단계로 시는 공공 조달의 역할에 주목하고, 전국 최초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연일 강조하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국가 공공기관이 지난해 부산에서 재정을 투입한 공공계약 총액 가운데 지역업체에게 돌아간 비중이 2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법상 지역 우선 구매 책임이 있는데도 역내 구매 비율이 최하위에 머물렀다.
19일 부산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계약법 적용을 받는 정부와 국가 공공기관(480개)이 조달청을 통해 계약한 부산 지역 공사, 용역, 물품 등 공공구매 총액 중에서 부산 업체가 수주한 금액 비중은 24.9%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보면 이들 기관이 1년간 부산 조달청을 통해 계약한 총액 3조 8434억 원 가운데 4분의 1인 9580억 원만이 지역업체 몫으로 돌아간 것이다.
국가·정부 공공기관의 역내 구매율은 같은 기간 부산시와 구·군, 출자출연기관과 부산시교육청 등 지방 공공기관(1937개)이 공공구매의 63.4%를 지역업체와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정부·국가공공기관은 지난해 부산 지역 전체 공공구매 총액의 39.8%를 차지하는 ‘큰손’이기 때문에 이들 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역업체 구매에 나선다면 파급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부산시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공개한 기관별 지역업체 수주액 비율 순위를 보면 정부·국가 공공기관 중에서도 올해 발주액 대비 지역업체 수주액 비율이 낮은 하위 순위에는 이전 공공기관들이 대거 포함됐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부산에는 문현지구(금융), 동삼지구(해양·수산), 센텀지구(영화·영상)에 총 13개 기관이 이전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각각 올해 역내 수주 비율이 0.3%, 0.5%에 불과해 극단적으로 낮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 기간 지역 발주액 138억 원 중 4200만 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15억 원 중 9940만 원을 지역업체와 계약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도 지역업체 수주 비율이 각각 8.1%, 11.6%로 하위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이들 이전 공공기관은 법상 지역 우선 구매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은 구매하려는 재화나 서비스에 이전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있는 경우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해야 한다.
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이 매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통보해 공개하도록 돼있는 지역상품 구매 실적을 봐도 13개 기관의 지난해 지역상품 우선 구매 비율은 13.35%로, 2018년 9.24%에서 시작해 지난해까지 평균 11.08%에 머물러 있다. 전체 공사와 용역, 물품 계약을 집계한 부산시 시스템과 차이는 있지만 지역 재화와 서비스 우선 구매 비율이 수년째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밖에 올해 정부·국가 공공기관 하위 10위권에는 국토교통부(2.0%)와 부산우정청(8.7%), 경찰청(10.4%)이 포함됐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3.1%)와 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6.2%),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3.9%)도 이름을 올렸다. 대형 건축 공사나 용역, 원자력 장비 구매 등에서 대표적인 역외 유출 계약이 이뤄졌다.
HUG 측은 “노후화된 전산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계약 규모가 크다 보니, 지역제한입찰이 적용되지 않아 전체 비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지역 우선 구매 금액 목표를 상향하고, 분산 주문 등 지역 구매를 확대할 수 있는 단계별 계획을 수립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도 “1분기에 진행한 감정평가기관 선정 용역처럼 공사의 특성상 일반경쟁입찰이 불가피하거나 지역업체 구매가 어려운 계약이 있지만, 향후 부산시 시스템을 활용해 부산 지역업체 계약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공공계약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계약 전 단계부터 역외 유출을 원천 차단하고, 지역업체 입찰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정부·국가 공공기관과도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지역상품 구매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공공계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기관별 정밀 대책을 결합해 올해 지역업체 수주율 70%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