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멈춘다” 총리의 긴급조정 경고도 안 먹혀…삼성 노조 “굴하지 않을 것”(종합)
정부, 긴급조정권 언급도 아랑곳 않아
기존 성과급 요구안만 고집
협상 난항 우려 목소리 높아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단이 15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민석 국무총리가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18일 사후조정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에 타협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노조는 “굴하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해 논란이다. 정부가 21년 만의 긴급조정 카드까지 꺼내들며 노조와 사측에 호소하고 나섰지만 노조가 기존 성과급 요구안에서 단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을 고수하며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긴급조정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으로 사측의 태도가 변한 것 같다”며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사측 교섭위원인 여명구 피플팀장(부사장)의 요청으로 노사 간 비공식 미팅이 진행됐다. 최 위원장은 “사측이 사후조정안보다 후퇴된 안을 납득할 수 있냐고 물었다”며 “납득할 수 없고 내일 사후조정에서도 같은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열고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 감소와 금융시장 불안, 협력업체 경영 악화와 투자 위축 등 국민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웨이퍼 폐기까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내부 갈등으로 멈춰 서 있는 동안 해외 경쟁기업들은 그 틈을 활용해 고객과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 속 국가경쟁력 훼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부가 특정기업 노사 갈등을 두고 이처럼 이례적인 수준의 공개 경고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 파업이 국가 핵심산업과 수출 전반에 미칠 충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상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정부가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비상조치다. 발동 시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실제 발동 사례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 마지막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세종정부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을 재개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가 성과급(OPI) 제도화와 상한 폐지 요구를 고수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압박에도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총파업을 주도하는 초기업노조를 둘러싼 이른바 ‘직책수당 논란’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회사 급여 외에 월 1000만 원 수준의 직책수당을 받는 구조와 대의원회 부재, 회계공시 지연 문제 등이 겹치며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한 달 새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만 약 4000명이 탈퇴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탈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파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DX 부문의 탈퇴 움직임이 계속될 경우 초기업노조의 과반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특히 18일 사후조정에서 노조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경우 협상 주체를 바꿔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정받은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삼성전자 내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도 주도권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