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는 돈 안 된다고? 2040년이면 남방항로 못잖은 수익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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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가속화 시 대형 컨선 투입
시간 다투는 급행 운송에 장점
팬스타, 부산~유럽 상업성 실험

중국 선사 하이제해운의 컨테이너선 이스탄불브리지호가 지난해 9월 말 북극항로를 힘차게 지나고 있다. 중국 닝보에서 영국 펠릭스토우항까지 20일 만에 주파했다. 부산일보DB 중국 선사 하이제해운의 컨테이너선 이스탄불브리지호가 지난해 9월 말 북극항로를 힘차게 지나고 있다. 중국 닝보에서 영국 펠릭스토우항까지 20일 만에 주파했다. 부산일보DB

부산 대표 해운선사 팬스타그룹의 팬스타라인닷컴이 올 9월로 예정된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로 예비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상업운항 경제성이 2030년에는 현재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남방항로에 비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시범운항 사업을 공동 주관하고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가 참여 선사 모집 공모에 팬스타라인닷컴이 단독 신청(부산일보 5월 14일 자 1면 등 보도)해 지난 15일 예비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관기관과 선사는 이번 주중 최종적으로 시범운항 이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뱃길로 주목받는 북극항로는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3000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을 띄워 시범운항하는 것이 목표다. 해운업계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과연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10월 현대글로비스가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실은 내빙선 ‘스테나 폴라리스’를 이용해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출발, 북극항로를 통과해 광양항에 입항한 국내 첫 사례가 있었지만, 10년 만에 추진되는 올해 시범운항은 부산에서 유럽까지 컨테이너선으로 화물을 싣고 가는 상업운항에 대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해수부가 KMI에 의뢰해 지난 4월 완료한 ‘북극항로 경제성 분석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업운항 목표 시점인 2030년, 북극항로는 남방항로보다 선사 입장에서 수익이 다소 낮게 나왔다. 하지만 북극해 얼음의 해빙이 가속화되는 2040년에는 운항 가능한 선박의 크기가 커지면서 남방항로와 동등하거나 비슷한 수익 구조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번 용역은 5000TEU급 선박을 단순히 한 차례 북극항로와 남방항로에 각각 투입했을 경우를 비교하는 방식이 아닌, 1년간 반복·누적·왕복 운항했을 경우 예상되는 수입과 비용을 추산한 연구다. 중동 사태 이전인 지난해 연말 남방항로 운임이 1TEU당 약 1850달러였던 것과, 부산에서 80% 정도 화물을 채우고 유럽에서 약 20% 싣고 돌아오는 평균 55% 적재 비중을 같은 조건으로 적용했다.

그 결과, 2030년 기준 선박 크기와 운임, 화물 적재율, 금융 비용, 보험료, 유류비 등을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했을 때 북극항로를 이용해도 선사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다만, 남방항로에는 통상 2만TEU급 초대형 선박을 투입하므로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선사의 수익이 더 커졌다.

보고서는 또 장기적으로 북극항로의 사업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 이후 1만TEU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의 투입이 가능해지면, 경제성 면에서 남방항로와 동등하거나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비슷해진 수익 구조를 얻는다고 전망됐다. 특히 운송 기간이 20일 안팎으로 남방항로 30일 이상에 비해 10일가량 적게 소요되므로, 시간을 다투는 급행 운송 면에서는 북극항로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동안 북극항로는 ‘돈 안 되는 항로’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현재의 주요 항로인 남방항로와 비교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명확한 근거를 갖게 된 용역 연구”라며 “특수선 건조 등을 고려한 선박 비용이나 북극해라는 특수 상황을 반영해 1.5배 이상 높은 보험료 등을 투입해도, 경제성 자체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수익이 나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첫 시도이자 도전인 만큼 국내 선사와 화주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열린 부산시의 ‘북극항로 허브도시 조성 용역’ 중간보고회에서도 연구팀이 진행한 선택 확률 추정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화주·선사 49%가 북극항로에 대해 ‘모르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잘 안다’는 응답도 10.8%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 대상 심층 인터뷰에서는 경제성 면에서 여름철에는 북극항로가 남방항로보다 TEU당 경제성이 높다고 나타났다. 실을 수 있는 화물로는 일반 공산품이 61%로 가장 많았고 냉동·냉장 화물이 59.8%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는 항로가용성 부족 문제를 꼽았으며, 선원·선박의 안전과 운송 지연 가능성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035년 이내 상용화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으며, 북미 대륙으로 향하는 북서항로보다는 유럽으로 가는 북동항로가 먼저 상용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업운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남방항로 대비 운임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응답자의 76%가 답했다.

이에 해수부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통해 업계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성공 경험을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해, 상업운항을 활성화시킬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올 9월 시범운항에서 실제 선사가 투입하는 비용 대비 경제성이 나올 것”이라며 “매년 정기적으로 시범운항을 이어가면서 선박, 화물, 운항 시기 등 조건을 다변화해 전체 비용 및 수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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