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칠갑산 알프스마을의 ‘겨울왕국’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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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얼음 분수·화려한 눈꽃의 절경
분수 물줄기가 빚은 90개 거대한 빙벽
마치 겨울왕국 들어온 눈과 얼을 조각들

살을 에는 겨울 차가움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있다. 바로 빙벽이다. 얼음은 겨울의 또 다른 얼굴이다. 차디찬 겨울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얼음 창작물은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통해 소통한다.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 겨울철 특별한 공간이 올겨울에도 문을 열었다. 새해 첫날부터 청양 알프스마을에서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가 열렸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의 얼음기둥들이 웅장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의 얼음기둥들이 웅장한 자태를 보이고 있다.

청양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알프스마을에 들어서니 독특한 느낌이 먼저 전해졌다. 예년의 1월 중순 날씨답지 않게 영상권 기온을 보이고 있는데도 알프스 마을의 공기는 차가웠다. “이상기온으로 얼음이 녹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이곳은 예전부터 얼음골로 불리던 곳이다. 한여름에도 낮은 기온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이면 다른 곳보다 더 추운 이곳에 얼음을 이용한 축제를 열고 있는 지혜가 인상적이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의 겨울궁전.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의 겨울궁전.

매표소를 지나니 얼음조각으로 만든 겨울궁전이 반긴다. 터널 형태로 만들어진 겨울궁전 입구는 포토존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겨울궁전을 지나니 오른편에 10m 이상 높이의 거대한 고드름 모양의 얼음기둥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것이구나!”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의 얼음기둥은 한겨울의 낮은 기온을 활용해 물을 지속적으로 분사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얼음이 층층이 쌓이며 형성된 창작물은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비슷한 듯 보여도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물을 분사할 당시의 기온과 바람의 세기 등이 달라서다. 거대한 얼음기둥은 눈 덮인 칠갑산 자락과 어우러지면서 겨울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가로수처럼 서 있는 얼음기둥이 든든함을 준다. 가로수처럼 서 있는 얼음기둥이 든든함을 준다.

칠갑산 계곡 쪽으로 가로수처럼 만들어진 수십 개의 얼음기둥이 버티고 서 있다. 든든한 마음이 든다. 얼음기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축제장으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겨울 왕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눈이 내려 쌓였지만 산책로가 평탄해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얼음집 이글루도 인기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이글루의 내부는 크고, 생각보다 따듯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살 생각은 없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티니핑’ 눈조각상.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티니핑’ 눈조각상.

얼음기둥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눈조각들이다. 병오년 새해를 맞아 말 모양의 눈조각상이 인기 포토존이다. 어린이들에게는 ‘티니핑’이다. 티니핑은 한국 애니메이션인 ‘캐치! 티니핑’의 캐릭터로, 티니핑 눈조각상에 사진을 찍으려는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얼음기둥은 낮과 밤의 두 얼굴로 관람객들을 반긴다. 얼음기둥에 햇살이 비치면 푸른빛과 은빛이 오가며 반짝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 얼음기둥은 표정을 바꾼다. 오후 1~3시쯤이 햇살과 어우러지는 얼음기둥의 다양한 모습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다. 어둠이 내리면 얼음기둥은 또 다른 얼굴을 한다. 특히 얼음기둥에 야간 LED 조명을 더해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다양하고 풍성한 체험 행사

칠갑산 얼음분수축제는 보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얼음과 눈썰매가 대표적이다. 난도별 코스까지 마련된 눈썰매장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겨울 야외 체험 공간으로 그만이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얼음봅슬레이와 얼음썰매도 인기다. 얼음봅슬레이는 눈썰매보다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 전통 방식의 얼음썰매는 어린이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 얼음썰매를 즐기는 가족들. 전통 얼음썰매를 즐기는 가족들.

‘겨울왕국’ 상공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짚트랙은 특히 아이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늘에 짚트랙이 있다면 땅에서는 깡통열차가 있다. 깡통열차는 바퀴가 달린 깡통모양의 열차인데, 농기구 일종인 트랙터가 깡통열차를 끌고 축제장을 오가며 정겨움을 준다.

동물 먹이주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다. 알프스마을엔 말과 염소, 토끼 등 30여 마리의 동물이 있다. 토끼와 염소에게 먹이를 주는 아이들이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이외에 축제장에는 빙어잡기, 달고나 만들기, 전통엿·가래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모닥불에 직점 밤을 구워 먹을 수 있다. 관람객들이 모닥불에 직점 밤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축제장에 먹을거리가 빠지면 아쉽다. 체험행사 중에는 축제장 앞에 마련된 모닥불에서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고구마와 군밤을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모닥불에서 터지는 군밤 소리가 겨울밤을 재촉한다. 축제는 오는 2월 22일까지 열린다.


■알프스마을 어떻게 탄생했나

청양 알프스마을 얼음분수축제는 2008년부터 시작해 매년 20만 명이 넘게 찾는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역 소멸 위기를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킨 대표적 혁신사례로 꼽힌다. 시작은 재미있지만 쉽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겨울철 농한기 때 표고버섯을 재배하려고 물을 주다가 고드름이 이쁘게 생기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얼음이 얼면 잘 녹지 않는 마을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재미 삼아 만든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축제로 이어졌고, 얼음분수축제로 불려졌다.

얼음분수축제는 관공서의 지원 없이 마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한다.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축제 기금을 마련하다 보니 시작은 너무 힘들었다. 외부에 알려지기 전까지 적자에 허덕였고, 축제를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똘똘 뭉쳤다. 축제가 없어지면 마을도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80명도 채 되지 않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났다. 얼음분수축제가 SNS를 타고 겨울 명소로 부각되면서 알프스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연간 1만~1만 5000여 명의 외국인들이 다녀갈 정도다.

알프스마을은 올해 축제 테마를 ‘K팝’으로 잡았다. 눈조각상에 데몬헌터스와 티니핑이 설치된 이유다. 축제장 내 얼음기둥도 90개를 세웠다. 올해 마을 주민 수가 90명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축제장 곳곳엔 이처럼 마을 주민들의 꿈과 희망이 스며 있다. “우리 마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그런 마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소멸 위기를 맞은 지금, 알스프마을 황준환 운영위원장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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