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UG, 쪼개기 꼼수로 지역인재 채용 의무 회피했다니…
취업 기회 자의적 차단 감사원에 적발
여전히 수도권 위주 사고 배신감 안겨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노무현 정부 당시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역으로 옮겨온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수도권 일극주의로 쪼그라든 지역을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전 공공기관들은 혁신도시법에 따라 해당 지역 고교와 대학 졸업자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 채용하면서 청년 지역인재 역외 유출을 막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에 본사를 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꼼수로 의무 채용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HUG는 2014년 말 부산으로 이전한 뒤 다양한 지역 공헌 사업을 했다는 평가를 그동안 받았다. 그러나 이번 꼼수는 HUG의 기존 부산 사랑에 강한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것은 물론 배신감마저 안긴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인력운용 실태에 대한 최근 감사 결과 HUG는 지역인재 의무 채용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 지역 청년 채용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를 지역으로 옮긴 공공기관은 채용 인원의 30% 이상을 지역인재에 할당해야 한다. 다만 시험 분야별 5명 이하를 채용할 경우 의무 채용 예외 적용을 받는다. HUG는 이 예외 규정을 악용, 당초 1개였던 시험 분야를 여러 항목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채용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제도를 준수했다고 해명하지만 참으로 악의적인 수법이라서 말문이 막힌다. 지역 청년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했을 취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점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HUG가 자행한 시험 분야 쪼개기 꼼수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잘못도 크다. HUG는 당초 2019년까지 일반행정 직군으로 채용을 하다가 2020년부터 직렬 단위인 경영, 경제, 법으로 각각 분리했다. 이 결과 2021~2023년 법과 경제 직렬에서 총 4회에 걸쳐 채용 인원이 각 5명으로 정해지면서 지역인재 의무 채용을 비켜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의무 채용 예외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세부 기준조차 없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이참에 구멍 난 예외 규정을 정밀하게 손질해 지역인재 채용 회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길 바란다.
정부는 현재 2차 공공기관 지역 이전을 추진 중이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수도권 블랙홀’이 가속화한 대한민국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부산 이전 12년 차로 접어든 HUG의 꼼수는 상당수 이전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수도권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함을 안긴다. 이전 공공기관들의 상당수는 본사만 지역으로 옮겼을 뿐 지역에 녹아들지 못한 채 마음은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도 이런 뿌리 깊은 관성 때문일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HUG뿐만 아니라 모든 이전 공공기관들은 자신들이 지역으로 옮겨온 큰 뜻을 되새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