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여성의 월경권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가격이 저렴한 생리대를 위탁 생산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주십시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와 관련,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려 한다”며 주문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유독 비싸다”며 관계 부처에 실태 파악을 주문하기도 했다.

‘생리대’ 가격 및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찐진심이고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통령은 2016년 성남시장 당시에도 이른바 저소득층 소녀의 ‘깔창 생리대’가 이슈가 되자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성남이 먼저 시작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부산, 경남, 서울, 인천, 경기 등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 중인 생리대 무상 지원 및 무료 생리대 비치 사업 등이 국가 차원에서 ‘공공생리대 정책 및 여성의 월경권 도입’ 어젠다로까지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국가 차원에서의 생리대 무상 지원까지 포함해서다. 월경권은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위생적인 생리용품을 사용할 수 있고, 학교·직장·공공시설에서 생리 중에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 등을 말한다.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023년 여성환경연대 조사 결과 국내 생리대 1개의 평균 가격은 196원으로 해외 제품보다 40%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일상과 건강에 필수적인 생리용품을 개인의 소비 영역에만 둘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 보장을 위한 필수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이유다. 생리대 가격은 빈곤·소외계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정부가 만 9~24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 4000원 수준의 생리대 바우처와 현물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상과 금액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1일, 매달 반복 구매해야 하는 필수재인 생리대, 탐폰(삽입형 월경용품) 등 월경용품에 대해 부가가치세 감면이 아닌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 인도, 호주 등 세계 각국은 생리대 등 월경용품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스코틀랜드, 뉴질랜드, 미국 등은 무상 제공 정책까지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