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 입지에 무인 자동화·친환경 벙커링 더해 대체 불가 항만으로 [북극항로, 바다 중심 되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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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남방 허브’ 싱가포르서 배운다

도심 항만 재배치 투아스항 조성
AI 기반 기술로 선박·물류 통제
거대 유류 기지 갖춰 원스톱 급유
부산 북방 허브 인프라 구축해야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남방항로 허브로 우뚝 섰다. 싱가포르 주롱섬에 있는 ‘아드바리오 벙커링 터미널’. 부산항만공사 제공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남방항로 허브로 우뚝 섰다. 싱가포르 주롱섬에 있는 ‘아드바리오 벙커링 터미널’. 부산항만공사 제공

싱가포르가 전 세계 선박이 집결하는 남방항로 허브로 우뚝 선 비결은 입지에만 있지 않다. 스마트 항만 시스템과 더불어 전 세계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의 약 25%를 책임지는 압도적인 해양 서비스 생태계가 강점이다.

싱가포르가 남방항로 수요를 파악해 필수 거점이 되었듯, 부산항도 북극항로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부산항이 선제적으로 서비스 역량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천재일우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대기시간 없는 스마트 항만

싱가포르항은 ‘디지털화’ ‘친환경화’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은 탄종 파가르, 케펠, 브라니 터미널 등의 기존 항만을 모두 서쪽으로 이동시켜 합친 ‘투아스’ 항만을 조성하고 있다. 2040년까지 건설되는 투아스 항만은 총 66개 선석을 가진 완전무인자동화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항만을 목표로 한다. 현재 11개 선석이 건설돼 운영 중이다. 투아스항은 자동화 장비와 운송 수단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으로 통제·운영된다. 드론으로 선박과 터미널 간 물류 이송, 관제·점검·감시도 가능하다.

부산항도 북극해 해빙 예측, 안전 운항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항만 스마트화를 통해 효율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임정덕 전 부산연구원장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적재 화물이 컨테이너에서 벌크, 에너지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며 “이 모든 변화를 예측하고 항만에 AI 기반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화 극지해양미래포럼 대표도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정하는 쇄빙선 등급 등에 맞는 기술을 미리 개발하고 이를 항만에 적용해야 한다”며 “쇄빙선 등 특수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부산항이 미리 준비해야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 벙커링 허브

싱가포르는 유럽행 선박들이 마지막으로 들러 연료를 싣는 곳이며, 연료를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세계적인 벙커링의 중심지가 됐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싱가포르 항만의 총 벙커링 용량은 5500만t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IMO의 규제 강화로 친환경 연료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데, 싱가포르항은 LNG, 메탄올 등 대체 연료 다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싱가포르항의 친환경 연료 벙커링 용량은 130만t가량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아드바리오, 보팍 등의 싱가포르 주요 에너지 터미널은 친환경 선박 연료를 취급하기 위한 터미널 설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항만청은 벙커링 사업자의 동등한 시장 참여 기회 제공을 위해 터미널 독점 운영을 금한다. 이러한 개방적인 운영 덕에 다수의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해 자율적인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선사들에게 경제적인 벙커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앞서 싱가포르 항만청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매립 사업을 통해 여러 섬을 연결, 하나의 거대한 유류 비축 기지인 ‘주롱섬’를 건설했다. 주롱섬은 싱가포르 서남부 해안에 있는 세계적 규모의 인공섬으로, 싱가포르 정유·석유화학·에너지 산업의 핵심 거점이다. 그 규모만 해도 3000ha에 이른다. BPA 친환경항만부 관계자는 “주롱섬은 하역 작업과 함께 벙커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2024년 암모니아 벙커링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데 이어, 에너지 기업들과 함께 암모니아 저장·공급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특히, 친환경 벙커링 시스템은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IMO는 북극에서의 중유 운송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서의 경쟁력은 친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기술과 인프라를 얼마나 신속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항도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벙커링 시설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4년 ‘글로벌 거점 항만 구축 전략’을 세우고, 2035년까지 남컨테이너 배후 지역에 메탄올 벙커링 시설을 조성한다. 또 2040년 문을 여는 진해신항 2단계 부지에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 연료 저장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친환경 연료 저장 시설 등을 만들기 위한 펀드 조성과 더불어 또한 실증 사업 참여 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치 등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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